[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그리고 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는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번 소득을 한국 계좌로 받았으니 미국 신고와는 상관없다”는 오해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세법의 대원칙은 명확하다. 소득의 발생지나 입금 계좌의 소재지와 무관하게,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는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모든 소득(worldwide income)을 매년 국세청(IRS)에 신고할 의무를 진다.
한국 급여부터 임대·배당소득까지 모두 신고 대상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고 대상에는 한국 회사에서 받는 근로소득은 물론, 사업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은행 이자, 주식 배당까지 모든 형태의 소득이 포함된다. 세법상 미국 거주자의 기준도 폭넓다. 이민법상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뿐 아니라, 최근 3년간 미국 체류 일수를 합산하는 실질적 거주 테스트(Substantial Presence Test) 결과 183일을 넘기면 세법상 거주자로 간주돼 동일한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F비자는 5년차 이후, J·L·E비자는 2년차 이후부터 거주자로 전환돼 마찬가지로 전 세계소득 신고 대상이 된다.
해외소득 공제, 만능은 아니다
한국에서 이미 소득세를 낸 만큼 이중과세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외국납부세액공제(Foreign Tax Credit)를 통해 상당 부분 조정이 가능하다. 매년 성실히 신고해두면 다 쓰지 못한 공제분이 이월돼, 향후 다른 해외소득이 발생했을 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만 별도로 활용되는 해외근로소득공제(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 Form 2555)에 대해서는 오해가 잦다. 2026년 과세연도 기준 공제 한도는 인당 13만2,900달러로 전년(13만 달러) 대비 소폭 상향됐다. 그러나 이 공제는 신청서(Form 2555)를 제출해야만 적용되며, 해외 체류 요건(물리적 체류 테스트 또는 진정한 거주 테스트)을 충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공제는 급여·사업소득 등 ‘근로소득’에만 적용되고, 임대소득이나 이자·배당 같은 불로소득(passive income)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FBAR·FATCA, 소득세 신고와는 별개의 의무
소득세 신고와 무관하게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해외금융계좌 신고(FBAR)와 해외자산신고(FATCA, Form 8938)다. 해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계가 연중 단 하루라도 1만 달러를 초과하면 FBAR 신고 대상이 되며, 은행 예금 계좌뿐 아니라 증권 계좌, 보험상품, 연금 계좌(개인퇴직연금 등)까지 포괄적으로 합산된다. 나이나 소득 수준과도 무관해, 미성년 자녀 명의 계좌도 합산 대상에 포함된다.
FBAR 미신고 시 처벌 수위는 가볍지 않다. 2026년 기준 비고의적(non-willful) 위반은 연간 최대 1만6,536달러, 고의적(willful) 위반은 계좌 잔고의 50% 또는 최대 16만5,353달러 중 큰 금액이 벌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형사처벌로 이어져 최대 25만 달러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하다. IRS는 신고 기한으로부터 6년간 소급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미 양국이 2016년부터 금융계좌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IRS는 한국 내 계좌 정보와 미국 내 신고 내용을 시스템적으로 대조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갖췄다는 게 세무업계의 설명이다.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 부동산 보유자, 감가상각 재계산 필수
한국에 아파트나 상가를 보유하고 임대 수입이 있는 경우, 신고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미국 세법은 건물 취득가를 매년 일정 비율로 비용 처리하는 감가상각을 인정하는데, 해외 주거용 임대부동산은 30년, 비주거용 부동산은 40년에 걸쳐 정액법(straight-line)으로 상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물만 상각 대상이고 토지는 제외된다.
문제는 한국 세법에는 이런 개념 자체가 없어 별도의 재계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매각 시점에는 실제로 감가상각을 신고해 공제받았는지와 무관하게, ‘공제 가능했던(allowed or allowable)’ 금액만큼 자동으로 취득가액에서 차감된 뒤 양도차익이 계산된다. 즉 감가상각을 누락한 채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매각 시 세금 부담은 그대로 발생하는 구조다. 매각대금이 한국 금융계좌로 입금되면 그 자체로 FBAR·FATCA 보고 의무 요건을 사실상 자동으로 충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짚어볼 대목이다.
최근 환경 변화도 주시해야
올해 1월 한국에서는 외환거래법 개정으로 부동산 취득 시 적용되던 지정거래은행 제도가 26년 만에 폐지됐다. 자금 흐름을 특정 은행으로 추적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는 변화인 만큼, 해외 자산·소득 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그동안 신고를 누락했던 이들을 위한 구제 경로도 존재한다. IRS의 자진신고간소화절차(Streamlined Filing Compliance Procedures)를 통해 지난 3년치 소득세 신고와 6년치 FBAR를 함께 정리하면서, 미신고 사유가 고의가 아니었음을 소명하면 벌금 없이 밀린 신고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해외 거주자의 경우 벌금 없이 지연이자만 납부하는 수준에서 정리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 전문가들은 “한국 소득에 대해 한국에서 이미 세금을 냈다는 이유로 미국 신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해외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감가상각 계산과 FBAR·FATCA 요건까지 함께 점검해, 매년 성실하게 신고해두는 것이 추후 불이익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