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CBS 뉴스가 보도했다.
연방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이혼율은 감소하고 결혼율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지만, 이혼은 여전히 미국 사회의 가족·가정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싱크탱크·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관련 연방자료를 분석해 지난 16일 공개한 보고서 ‘미국의 이혼에 대한 8가지 사실(Eight Facts about Divorce in the U.S.)’에 따르면, 이혼 경험자 상당수가 결국 재혼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약 180만명의 미국인이 이혼했으며 이로 인해 가족과 가계 형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이혼자 중 약 3분의 2가 재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분석 결과 남성과 여성의 재혼율은 대체로 비슷했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소폭 더 높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배우자를 사별한 여성(미망인)은 이혼한 여성보다 재혼 확률이 낮았다. 또한, 재혼한
이혼자 가운데 46%는 현재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퓨리서치센터의 연구원이자 이번 보고서의 주저자인 제이크 헤이스(Jake Hays)는 CBS 뉴스에 “이혼한 미국인 중 상당수가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혼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하는 이혼자의 가구당 중간 순자산(median household wealth/순자산총액)은 9만 8,700달러였으며 초혼(first marriage) 가정은 32만 6,900달러였다. 반면 재혼자의 순자산은 32만 9,100달러로 초혼자보다 약간 더 높았다.
뉴저지주의 이혼 전문 변호사 바리 와인버거(Bari Weinberger)는 CBS 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혼 후 새 관계를 시작한 고객들이 종종 다시 우리 사무실에 연락해온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혼을 겪은 사람들은 두 번째 결혼에 훨씬 더 명확한 시각과 신중함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재혼을 앞둔 이들이 ‘재산분할, 위자료 종료 여부, 혼전계약(prenuptial agreement)’ 등 실질적 문제를 많이 상담한다”고 덧붙였다. 와인버거는 특히 “이전 결혼에서 물려받은 자산이 얽혀 있는 경우에는 서로 명확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재혼도 ‘영원’하거나 ‘행복’한 결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의 로지 슈라우트(Rosie Shrout) 교수와 텍사스공대(Texas Tech)의 다나 와이저(Dana Weiser) 교수는 이른바 ‘그레이 디보스(gray divorce: 50세 이상 중·노년층의 이혼)’를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그레이 디보스의 상당수는 사실상 재혼 가정에서 일어난다”며 “통계적으로도 두 번째 결혼이 첫 번째 결혼보다 이혼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미국의 이혼율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노년층의 이혼만은 예외로 남아 있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급등했던 그레이 디보스율은 최근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라우트와 와이저 교수는 이러한 추세의 배경에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전체 결혼 건수가 과거 세대보다 줄었고 일부 노년층은 결혼 대신 ‘사실혼 관계’(cohabitation/동거)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는 ‘함께하지만 따로 사는(living apart together)’ 형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는 각자 집을 따로 두고 교제하는 방식으로 노년층 사이에서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두 교수는 “노년층은 이제 무엇보다 행복을 우선시한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즐거운 활동에 시간을 보내는 등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