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 이민국(USCIS)이 오는 7월 10일부터 이민 신청 서류의 서명(Signature)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와관련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영주권(I-485), 시민권(N-400), 노동허가(I-765), 취업비자 청원(I-129) 등 주요 이민 신청서에서 ‘유효하지 않은 서명(Invalid Signature)’이 발견될 경우, 기존처럼 단순 반려(Rejection)가 아니라 접수비를 몰수한 채 케이스 자체를 거절(Denial)할 수 있게 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5월 11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Signatures on Immigration Benefit Requests’라는 제목의 임시 최종 규칙(Interim Final Rule·IFR)을 공식 게재했다. 새 규정은 연방규정 8 CFR 103.2(a)(7)을 개정하는 내용으로, 오는 2026년 7월 10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온라인과 일부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는 내용 가운데는 실제 규정보다 과장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USCIS 심사관에게 ‘서명 결함’을 이유로 케이스를 직접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이 명문화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접수 단계에서 서명 누락이나 형식 오류가 발견되면 서류 자체를 접수하지 않고 되돌려 보내는 ‘반려(Rejection)’ 처리가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신청자는 오류를 수정한 뒤 다시 제출하면 됐다.
그러나 새 규정 시행 이후에는 일단 접수돼 영수증(Receipt Notice)을 받은 케이스라도, 추후 심사 과정에서 서명이 무효라고 판단되면 심사관이 케이스를 곧바로 ‘거절(Denial)’할 수 있다. 거절이 되면 접수비는 환불되지 않으며, 새 신청서를 처음부터 다시 접수해야 한다. 특히 취업비자(H-1B) 신분 연장이나 영주권 신분조정(I-485)처럼 접수 시점 자체가 체류 신분 유지와 직결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인 사회와 SNS에서는 “스캔된 서명은 모두 거절된다”, “전자 파일로 보낸 서명은 전부 불법”이라는 식의 설명이 퍼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USCIS는 여전히 ‘원본 자필 서명(wet-ink signature)’이 들어간 문서를 스캔하거나 복사한 사본 자체는 허용하고 있다. 즉 실제로 펜으로 서명한 뒤 이를 스캔해서 제출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USCIS는 필요할 경우 원본 제출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다음과 같은 경우는 대표적인 ‘무효 서명’ 사례로 명시됐다.
- DocuSign·Adobe Sign 등으로 생성한 전자서명
- 기존 서명을 캡처해 복사·붙여넣기 한 그래픽 이미지
- 타이핑한 이름
- 자동 생성 서명(auto-pen)
- 도장(Stamp) 서명
- 본인이 아닌 제3자가 대신 작성한 서명
USCIS는 최근 복사·붙여넣기 방식의 위조 서명과 대리 서명이 급증했다고 판단해 규정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규정의 가장 민감한 부분은 USCIS가 기존처럼 서명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반드시 줄 의무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민국은 필요할 경우 추가서류요청(RFE)이나 거절의도통지(NOID)를 보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서명의 진위 여부나 권한 확인 목적일 뿐, 잘못된 서명을 새 서명으로 교체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심사관 재량에 따라 곧바로 거절 처리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민 변호사들과 HR 담당자들은 앞으로 다음과 같은 실수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신청서 마지막 페이지 서명 누락
- 배우자·가족이 대신 서명
- 변호사 사무실이 복사한 서명을 반복 사용
- DocuSign 서명을 종이 신청서에 삽입
- 오래된 서명 이미지를 PDF에 붙여넣기
- 스캔 품질이 지나치게 낮아 서명이 식별되지 않는 경우
- 날짜 누락 또는 잘못된 날짜 기재
특히 대기업이나 스폰서 기업의 경우 인사 담당자가 여러 건의 H-1B·PERM·I-140·I-129 서류를 동시에 처리하면서 기존 서명 이미지를 재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규정은 특정 비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USCIS에 제출되는 거의 모든 ‘Benefit Request’에 적용된다.
대표적으로는 영주권 신청(I-485), 취업비자 청원(I-129), 노동허가(I-765), 시민권 신청(N-400), 가족초청(I-130), 여행허가(I-131), 조건부 영주권 해제(I-751)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그린스보로를 포함한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한인 신청자들도 예외 없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앞으로 USCIS 서류 제출 과정 자체가 크게 보수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접수 직전 실제 자필 서명 여부 확인, 모든 페이지 스캔 상태 점검, 날짜 기재 여부 재검토, 서명 권한자 일치 여부 확인, 변호사 및 HR 부서의 내부 체크리스트 운영 등이 사실상 필수가 될 전망이다.
일부 로펌들은 이미 기업 고객들에게 “전자서명 사용 금지”와 “원본 자필 서명 보관 의무” 지침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정은 단순 행정 절차 변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이민 시스템 전반의 심사 강화를 상징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접수비가 수천 달러에 달하는 취업이민이나 가족초청 케이스에서는 단 한 번의 서명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청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