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10일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2015년 판결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기각했다고 NBC 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당시 켄터키주 로언 카운티의 전 서기관 킴 데이비스가 제기한 상고를 심리 없이 기각한 것으로, 동성결혼 합헌 판결인 ‘오버게펠 대 호지스(Obergefell v. Hodges)’의 법적 효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데이비스는 2015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커플에게 혼인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소송을 당한 인물이다. 그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적 기독교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이 해당 결혼증서에 기재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이번 상고는 낙태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2022년에 뒤집힌 이후, 동성결혼 판례 역시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큰 관심을 모았다. 일부 성소수자(LGBTQ) 단체들은 클라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로 대 웨이드 폐기 판결에 동의 의견을 내며 “오버게펠 판결 등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경계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상고는 오버게펠 판결 자체의 재심보다는 종교의 자유와 공무 집행의 충돌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제기했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6대 3의 구성을 이루고 있음에도 다른 대법관 누구도 토머스의 ‘재검토’ 의견에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낙태권 폐기 판결문을 작성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도 “오버게펠을 뒤집을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 법률단체인 ‘리버티 카운슬(Liberty Counsel)’의 지원을 받은 데이비스는 당시 모든 결혼증서 발급을 중단했다. 이에 로언 카운티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무어와 데이비드 에머올드 커플 등이 민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데이비스에게 발급을 명령했으나, 그는 명령을 거부했고 법정모욕죄로 6일간 수감됐다. 그 사이 해당 커플은 다른 경로로 혼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켄터키주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 혼인증명서 제도로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무어와 에머올드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배심원단은 데이비스에게 10만 달러의 배상금을, 법원은 추가로 26만 달러의 변호사비를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데이비스는 이를 불복하며 “헌법 제1수정조항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항소했으나 올해 3월 신시내티 소재 제6순회항소법원에서 패소했다. 이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종교 자유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오버게펠 판결의 재검토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지만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판례를 당장 뒤집을 의사는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종교 자유와 성소수자 권리의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특정 법적 의무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를 잇따라 내놓아 LGBTQ 인권 측에서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