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선엽 기자]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미국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되면 외식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소식통을 인용해 스타벅스가 최근 몇 달간 외부 자문사와 함께 치폴레 인수 가능성을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치폴레의 시가총액은 약 390억 달러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거래 규모는 더 커진다.
이번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CEO의 이력 때문이다. 니콜 CEO는 치폴레를 이끌며 식품 안전 문제로 흔들리던 회사를 되살려 주가를 크게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2024년 9월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 이전에는 KFC·피자헛·타코벨을 운영하는 얌 브랜즈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인수가 현실화하면 그는 자신이 키운 회사를 다시 경영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조짐이 있었다. 지난주 Semafor는 치폴레가 적대적 인수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은행을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Semafor는 이어 6일 치폴레가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는 관계자 발언을 전하면서도, 스타벅스와의 결합설이 계속 거론된다고 전했다. 브랜드는 독립 운영하되 부동산과 후방 업무를 통합하는 ‘얌 브랜즈식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시장 반응 엇갈려
FT 보도 직후 치폴레 주가는 장중 4~6% 올랐고 스타벅스는 3% 안팎 내렸다. 통상 인수 대상 기업 주가는 오르고 인수 측은 내리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로이터 집계 기준 스타벅스의 기업가치는 약 1,070억 달러다. 치폴레는 올해 방문객이 늘며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약 12% 낮다.
“비싼 외도 될라” 우려도
시장에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스타벅스가 니콜 CEO 체제에서 매장 인력 확충과 서비스 개선을 골자로 한 턴어라운드를 진행하는 중이어서, 대형 인수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emafor는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신주 발행이 필요할 수 있고, 이는 니콜 취임 이후 제자리걸음인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애널리스트들이 설득력 있는 재무적 논리가 없다면 투자자들이 이번 딜을 값비싼 외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치폴레 역시 소비 둔화와 식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식 인수 제안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FT도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논평을 거부했고 치폴레도 답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도가 구체적 협상보다는 내부 검토 단계를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향후 공식 제안 여부가 이번 ‘커피와 부리토의 만남’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