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식료품 물가 부담이 올해 들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실시한 최신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3분의 2인 66%가 현재 식료품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unaffordable)“고 답했다. 이는 이란과의 무력 갈등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월 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45%보다 21%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7월 8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무작위 표본추출 방식으로 모집된 입소스의 상시 패널인 ’지식패널(KnowledgePanel)’을 통해 미국 성인 2,64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체 표본의 오차범위는 ±1.9%포인트다. 조사 결과 식료품 가격이 “감당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3분의 1 수준에 그쳐, 절반을 넘었던 연초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소득 수준별 격차도 뚜렷했다.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에서도 56%가 식료품 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이 비율은 연소득 5만~10만 달러 가구에서 70%, 5만 달러 미만 가구에서는 82%까지 치솟았다. CNN 수석 데이터 분석가 해리 엔튼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특정 집단의 80%가 넘는 응답자가 한목소리를 낸 점에 주목하며, 저소득층 사이에서 식료품이 “감당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인식차도 여전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절반가량은 식료품 값이 감당 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무당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그 비율이 약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시기 실시된 입소스의 별도 분석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76%, 무당층의 71%가 식료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은 49%에 그쳐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체감 물가 악화는 실제 소비 행태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6월 개별 식료품 판매 단위는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소득 소비자층조차 절대적인 지출 증가폭이 커지면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변 매장을 비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경에는 이란과의 갈등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혼란이 유가와 물류비 상승을 촉발하며 식료품 가격 인상의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소스의 별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돼도 유가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체감과 실제 통계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한 칼럼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에서는 식료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단순 가격이 아니라 임금 대비 식비 마련에 걸리는 노동시간으로 부담을 측정해야 더 정확한 그림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료품값 부담 심화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전반적인 생활비 압박의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실시된 ABC뉴스·워싱턴포스트·입소스 공동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식료품을, 71%가 휘발유를, 60%가 주거비(임대료·주택담보대출)를 각각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의 46%는 신용카드 대금이나 자동차 할부금, 학자금 대출, 의료비 등 어떤 형태로든 부채를 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실시한 별도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식료품·공공요금·의료비·주거비·교통비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낀다고 답했으며, 27%는 최근 2년 사이 비용 부담으로 병원 진료를 미룬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식료품 가격 상승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 탓으로 돌렸다.
주택 시장 상황도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존 주택 매매 중간가격은 44만660달러로, 1년 전보다 1.8%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들이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이슈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