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대형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당신의 차량 번호와 외형 정보가 누군가의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홈디포를 비롯한 미국 주요 대형 소매업체 주차장에 설치된 AI 카메라를 둘러싸고 사생활 침해와 이민 단속 활용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홈디포뿐만 아니라 로우스,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미국 내 주요 소매업체 매장 주차장에 자동 번호판 인식 카메라(ALPR)가 광범위하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절도 및 조직적 범죄 예방을 위한 보안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수집된 데이터가 지역 경찰을 거쳐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단속 기관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법적 소송과 주주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에는 보안 스타트업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가 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태양광 카메라는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은 물론 차종, 색상, 범퍼 스티커, 루프랙 등 세부적인 외형 특징까지 AI로 분석해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번호판을 가리더라도 차량의 흠집이나 외형 특성만으로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설치된 번호판 인식기 약 11만 9천 대 중 83%가 플록 세이프티 제품인 것으로 추산된다.
소매업체들은 연방 기관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하고 있다. 홈디포 역시 자사가 연방 기관의 단속 작전에 관여하지 않으며 접근 권한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로우스,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도 프라이버시 보호와 안전 목적의 사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같은 해명에 구조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업체들이 지역 경찰에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다수의 지역 경찰이 ICE와 공조 협정을 맺고 있어 데이터가 우회 경로로 연방 이민 단속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로 오하이오주 데이턴시는 외부 기관이 이민 단속 목적으로 수천 건의 조회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플록 카메라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했다.
구조적 데이터 공유 문제 외에 연방 요원이 주차장에서 직접 단속을 벌인 정황도 확인됐다. 올해 초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홈디포 주차장에서 ICE 요원들이 위장 차량을 타고 접근해 실시간으로 번호판을 조회하며 이민법 위반자를 선별 체포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법적·재무적 압박도 가시화됐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홈디포가 주 ALPR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홈디포와 로우스의 주주총회에서는 고객 데이터 프라이버시 위험 평가 보고서를 요구하는 안건이 상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마트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소비자의 이동 정보가 추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각 주의 번호판 인식기 규제 법안 제정 여부가 향후 논란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마트 주차장 내 ALPR 카메라 모니터링 개념도. [자료사진=AI 생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