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상원 외교·국방 정책의 핵심 인물이었던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지난 11일 밤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그레이엄 의원은 토요일 밤 10시 23분 조지워싱턴대학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으며, 일요일에 부검이 진행됐다. 그의 사무실은 성명을 통해 “급작스럽고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사망했다고 밝히며 가족을 위한 기도와 사생활 보호를 요청했다.
NBC뉴스가 입수한 경찰 무전 교신에 따르면 토요일 밤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그레이엄 의원의 자택에서 “심정지”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후 심폐소생술(CPR)이 진행 중이라는 교신도 있었다. 현장 사진에는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실린 사람을 자택에서 대기 중이던 구급차로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그레이엄 의원의 한 고위 보좌관은 그가 사망 직전까지 몸이 좋지 않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 측 대변인은 12일 오후, 워싱턴 D.C. 검시관 사무소의 예비 소견을 근거로 사인이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에 따른 대동맥 박리라고 밝혔다. 워싱턴 대도시경찰국이 사망 수사를 주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과 사망 방식은 검시관 사무소가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사망 전날인 금요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NBC ‘Meet the Press’에서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돌아온 토요일 저녁에 통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곤해 보인 것 말고는 괜찮아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그레이엄 의원을 “내가 알던 가장 위대한 인물이자 상원의원 중 한 명”이라며 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기려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성조기를 조기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그레이엄 의원이 “미국의 강력한 옹호자이자 전 세계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의 든든한 동맹”이었다고 애도했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그를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미국을 위한 가장 치열한 투사이자 충직한 친구”였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은 그레이엄 의원과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지만 그의 애국심과 헌신을 의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딕 더빈 상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지난주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그와 동행했던 경험을 전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전략을 두고 밤새 다른 상원의원들을 설득하던 것이 “전형적인 린지”였다고 회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장 위대한 친구 중 한 명을 잃었으며, 미국은 위대한 애국자를, 자신은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의 부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레이엄 의원이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를 10차례 방문하며 지원을 옹호해온 점을 기렸다.
미치 매코널 전 공화당 원내대표 역시 그를 “좋은 친구이자 위대한 미국인”이라며 그의 부고에 충격과 슬픔을 표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그레이엄 의원이 세계 정세의 작동 방식과 폭정에 맞서는 미국의 국제적 관여의 중요성을 잘 이해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센트럴 출신으로, 그의 선거 전기에 따르면 어린 시절 가족이 운영하던 술집·식당·당구장 뒤편의 작은 방에서 살았다. 부모가 그가 학생일 때 세상을 떠나면서, 그레이엄 의원은 여동생 달린을 돌보는 주 양육자가 됐고 이후 정식으로 입양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었다.
공군 법무관 출신인 그레이엄 의원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하원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상원에 도전해 은퇴하는 스트롬 서먼드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석을 차지했다. 이후 상원 예산위원장을 맡았고, 국방·외교 정책 분야에서 당내 주요 목소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모두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박했고, 트럼프 행정부에는 이란에 대한 강경 노선을 요구해왔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조 리버먼(무소속·코네티컷) 의원과 함께 이른바 ‘삼총사(Three Amigos)’로 불리며 매파적 외교 노선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매케인 의원을 비하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욕설 섞인 비판을 쏟아낸 적이 있으며, 2016년 대선 유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이후 관계가 크게 달라져,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의 핵심 동맹이자 골프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군사작전의 주요 지지자 중 한 명이기도 했으며, 올여름 이란과의 잠정 휴전 합의를 두고 당내 우려가 컸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법에 따라 공화당 후보 등록 기간은 7월 21일부터 28일까지이며, 8월 11일 공화당 특별 경선이 예정돼 있다. 맥매스터 주지사는 오는 11월 선거 전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임시 후임자를 지명할 예정이다.
낸시 메이스, 러셀 프라이 하원의원 등 여러 공화당 인사들이 후임 물망에 올랐다. 랠프 노먼 하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5선거구)도 상원 도전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며, 화요일 결정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스 의원 역시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며 그레이엄 의원의 죽음을 “완전한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 57%의 득표율로 여러 도전자를 물리치고 5선 도전 후보로 확정된 상태였으며, 오는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애니 앤드루스 등과 맞붙을 예정이었다.
사진 제공=U.S. Congress (Public Dom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