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최근 온라인과 일부 해외 매체를 중심으로 “한타바이러스가 완치 6년 후에도 정액에서 검출됐다”, “성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내용이 확산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핵심 연구 자체는 실제 존재하며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특정 변종인 ‘안데스 바이러스(Andes virus·ANDV)’에 국한된 연구이며,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 전체가 성병처럼 광범위하게 퍼진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연구진은 2023년 국제 학술지 《Virus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안데스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한 남성 환자의 정액에서 감염 약 71개월(약 6년) 뒤에도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혈액이나 호흡기 검체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정액에서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장기간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유전자 분석 결과 큰 변이가 발견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고환과 같은 ‘면역 특권 구역(immune-privileged site)’에 잔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연구진이 검출한 것은 ‘바이러스 RNA’라는 사실이다. 이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살아 있는 감염성 바이러스가 동일 기간 동안 계속 존재했다는 뜻과는 다를 수 있다. 즉 “6년 동안 계속 전염력이 유지됐다”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타바이러스 가운데 사람 간 전파가 공식 확인된 것은 남미 지역의 안데스 바이러스가 유일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안데스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유일한 한타바이러스”라고 명시했다. CDC는 특히 환자와의 밀접 접촉, 장시간 같은 공간 체류, 체액 노출 등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C는 예방 수칙 가운데 하나로 “안데스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과 키스나 성 접촉을 피하라”고도 권고하고 있다. 다만 CDC 역시 “대부분의 경우 환자가 증상을 보이는 동안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어, 완치 수년 후의 성 접촉 전파 위험성까지 공식적으로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과거 남미 지역의 역학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들을 분석한 여러 연구에서는 환자의 배우자 또는 성 파트너에게서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CDC 학술지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2020년 논문은 아르헨티나 지역 감염 사례에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사람 간 전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칠레 연구에서는 같은 집에 거주한 접촉자 가운데 성 파트너의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이는 ‘성 접촉 자체’ 때문인지, 혹은 장시간 밀접 생활 접촉 때문인지는 완전히 분리해 입증되지는 않았다.
이번 논란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남미 항로 크루즈선 ‘MV Hondius’ 관련 안데스 바이러스 집단 노출 사건 때문이다. CDC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당 크루즈선에서는 최소 수명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미국 보건당국은 노출 가능성이 있는 수십 명을 추적 관찰 중이다. CDC는 현재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은 “매우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CDC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안데스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유일한 한타바이러스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코로나19처럼 쉽게 확산되는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에볼라(Ebola)나 지카(Zika) 바이러스와 유사한 장기 관리 체계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평가한다. 에볼라와 지카 역시 회복 이후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장기간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일정 기간 콘돔 사용과 정액 검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데스 바이러스에 대해 에볼라 수준의 공식 장기 성생활 가이드라인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상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성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지”, “무증상 또는 회복기 전파가 가능한지”, “정액 내 RNA 검출이 실제 전염력과 직결되는지”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을 경계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보다는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설치류 배설물 노출로 발생한다.
- 사람 간 전파는 안데스 바이러스에서만 공식 확인됐다.
- 안데스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 역시 드물고 제한적이다.
- 최근 연구에서 장기간 정액 내 바이러스 RNA 잔존 가능성이 제기됐다.
- 그러나 ‘완치 6년 후 성관계로 실제 감염 전파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공식 입증된 것은 아니다.
보건당국은 남미 여행 후 발열·근육통·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설치류 배설물이 많은 공간을 청소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