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국방부(전쟁부/Department of War)에 즉각적인 핵무기 실험 재개를 지시했다고 NBC 뉴스가 29일 보도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핵폭발 실험을 자발적으로 중단해왔지만, 네바다주에 실험 재개가 가능한 연방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을 고려해 국방부에 동등한 수준으로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그 절차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마지막 공식 핵실험은 1992년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로, 당시 지하 핵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이 선언됐다. 중국은 1996년 이후 공식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역시 최근 실험에서 핵탄두가 아닌 운반체 기술만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번 결정이 “모스크바와 베이징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2위, 중국이 먼 3위이지만 5년내에 따라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BC 뉴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발언이 ‘핵능력’ 시험을 의미하는지, 실제 ‘핵무기 폭발 실험’을 뜻하는지 확인을 요청받았으나 공식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나라들이 핵실험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멈춰왔지만, 그들이 한다면 우리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같은 날 장거리 핵추진 무인 수중무기 시험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순항미사일을 “세계 유일의 무기”라고 자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은 핵무기 실험보다 전쟁을 끝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일주일이면 끝났어야 할 전쟁이 이제 4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해 “현재까지 누가 핵실험을 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모라토리엄을 포기한다면 러시아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의 최근 미사일 시험은 핵폭발 실험이 아니라 방어체계 개발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핵무기폐기운동(ICAN)에 따르면 러시아는 5,449기의 핵무기를 보유해 미국(5,277기)을 앞서며 양국이 전세계 핵무기의 약 90%를 차지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기준으로 미국의 핵탄두를 3,700기, 러시아를 4,309기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최소 6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이후 매년 약 100기씩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시절 미국 핵전력을 10배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핵무기 감축이 큰 목표”라며 “러시아도, 곧 중국도 동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베이징은 당시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이라며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한편 트럼프의 이번 지시 이후 연방의회의 민주당 의원들, 특히 네바다주 출신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잭키 로젠 연방상원의원(민주당/네바다)은 X(예전 트위터)를 통해 “이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핵폭발 실험은 불필요하다’고 확인했던 약속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디나 타이투스 연방하원의원(민주당/네바다)도 “핵실험 재개를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네바다 주의회는 지난 5월 이미 연방정부에 핵실험 유예 조치 유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