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전역의 공항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새로운 단속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공항 이민 단속이 주로 최종 추방명령을 받은 사람이나 국제선을 이용해 재입국하는 사람들을 겨냥했다면, 최근에는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와 탑승구에서까지 단속이 이뤄지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교통안전청(TSA)과 ICE 사이의 정보공유 협정이 있다. 지난 7월 말 시민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American Oversight)가 정보공개소송(FOIA) 끝에 확보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두 기관은 2025년 5월부터 공식적인 양해각서(MOA)를 맺고 승객 정보를 공유해 왔다. 이 협정은 2008년 제정된 ‘시큐어 플라이트(Secure Flight)’ 최종 규칙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 해당 규칙은 원래 항공 보안과 테러 방지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민사 이민 단속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ICE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 사이 TSA가 제공한 단서를 바탕으로 ICE가 체포한 사람은 8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TSA가 이민 단속 목적으로 ICE에 넘긴 여행객 기록은 3만 1천 건 이상이었다.
전미이민법센터(NILC)에 따르면 현재 방식은 과거와 다르다. TSA는 매주 여러 차례 이름, 사진 등 신원 정보가 담긴 승객 명단을 ICE에 전달하고, ICE는 이를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다. 일치하는 사례가 나오면 사복 요원이 공항에 파견돼 해당 승객을 접촉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수사나 가정방문 없이 검문소에서의 ‘이름 대조’만으로 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ICE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여행객들에게는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한편 TSA 측은 이 같은 정보 공유가 어디까지나 국가안보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TSA 행정업무 대행 책임자 하 응우옌 맥닐은 지난 1월 하원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우리는 [이민 단속을 위해]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신중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협정 문건은 이 같은 증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협정문 부속서(승객 정보 중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공유되는지 명시한 부분)는 상당 부분 비공개 처리돼, 시민권자가 이 데이터 공유망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조차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반발해 민주당 라시다 탈리브 하원의원 등 26명의 의원이 TSA와 ICE 간 개인정보 공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이번 주 발의했으며, 알렉스 파딜라·애덤 시프 상원의원(민주, 캘리포니아)도 지난 4월 국토안보부에 데이터 공유 시점과 범위에 대한 전면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아직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법 신분자도 오인 구금될 수 있나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이민 단속으로 구금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낮지만, 실제로는 ‘0’이 아니다. ICE는 시민권자를 구금할 법적 권한이 없지만, 신원 확인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해 시민권자가 일시적으로 구금되는 사례들이 이민 변호사들 사이에서 보고되고 있다. 흔히 지목되는 원인은 신원 오인(동명이인), 오래된 데이터베이스 기록, 귀화·출생 관련 서류의 불완전한 전산화 등이다.
영주권자의 경우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영주권자는 일정한 중범죄나 ‘도덕적 결함이 수반되는 범죄’ 전력이 있으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어, 시민권자와 달리 법적으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범죄 전력이 없는 영주권자라도 데이터베이스 오류나 미등록 이민자와의 혼동으로 잘못 구금되는 사례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경 재입국 시 세관국경보호청(CBP)이 체류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ICE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
전미이민법센터는 영주권 신청이나 신분 조정(I-485), 비자 연장·변경 신청이 진행 중인 사람이라도 공항에서 체포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서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대응 수칙
이민 법률 전문가들은 국내선 이용이라 하더라도 다음 사항을 숙지할 것을 권한다.
꼭 조심해야 할 것
- Form I-407(영주권 자진포기서) 서명 거부: 현장 요원이 서명을 압박하더라도 응해서는 안 된다. 이 서류에 서명하면 영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영주권을 실제로 박탈할 권한은 이민판사에게만 있으며, 서명을 거부해도 이민판사 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방어할 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 섣부른 진술과 언쟁 자제: 당황한 상태에서 불확실한 진술을 하거나 요원과 언쟁을 벌이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침착하게 변호사 접견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 운전면허증만 과신하지 않기: 리얼 ID(Real ID) 면허증을 소지했더라도, 현장에서 신원 조회가 지연되면 그 자체가 오인 구금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
- 신분 증빙 원본 소지: 시민권자는 미국 여권이나 귀화증명서 원본, 영주권자는 유효한 영주권 카드(그린카드) 원본을 지참해야 한다.
- 이민 관련 서류 지참: 신분 변경·연장 심사가 진행 중이라면 I-797 접수증(Notice of Action) 원본을, 과거 형사 사건이 있었다면 사건 종결 증명서(Disposition) 공증 사본을 함께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 이민 변호사 비상 연락처 확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즉시 연락 가능한 이민 전문 변호사나 권익단체의 연락처를 미리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정부가 원래 항공 보안을 위해 걷은 승객 정보를 이민 단속이라는 별도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다. TSA와 ICE 양측은 이번 협정이 “국가안보와 교통보안, 법 집행, 이민·국경관리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와 야당 의원들은 애초 테러 방지를 위해 수집된 정보가 이렇게 전용되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지난 6월 공항 단속과 관련한 별도 경고문에서, 합법적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비시민권자에게는 국내선을 포함한 항공 여행 자체의 위험성을 신중히 고려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소송과 입법 대응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정부의 공식 설명과 실제 단속 관행 사이의 간극에 대한 논란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합법적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도 출국이나 국내선 이동 전 서류를 철저히 점검하고, 자신의 법적 권리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