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가공식품 산업이 석유계 합성색소를 전면 퇴출하고 식물성·천연 원료로 갈아타는 대대적인 ‘성분 투명화’ 체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단계적 규제와 각 주정부의 인공첨가물 금지 입법, 그리고 소비자의 ‘천연 성분’ 선호가 맞물리면서 식품 업계의 체질 변화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펩시코(PepsiCo)의 간판 스포츠음료 브랜드 ‘게토레이(Gatorade)’를 필두로 네슬레, 크래프트 하인즈 등 글로벌 식품 공룡들이 일제히 원료 교체 및 배합 전환을 추진하면서 농산물 공급망과 제조 현장 전체가 거대한 재편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
게토레이, 100억 달러 브랜드의 대수술…검은 당근·자색고구마 대거 투입
펩시코는 게토레이 분말 스틱 제품을 시작으로 ‘레몬 라임’, ‘오렌지’, ‘프루트 펀치’ 등 주요 RTD(Ready-To-Drink) 라인업에서 석유계 합성 FD&C 색소를 단계적으로 완전 제거하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기존 합성색소 자리를 대신하는 후보군으로는 검은 당근, 자색고구마, 베타카로틴 등 천연 유래 성분들이 대거 발탁됐다.
문제는 사업의 가공할 규모다. 게토레이는 미국에서만 연간 약 100억 달러의 매출과 30억 리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메가 브랜드다. 원료 단 하나를 바꾸더라도 수만 톤 단위의 농산물 수급망이 함께 이동해야 한다. 특히 ‘블루 라즈베리’ 등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파란색 계열은 열과 빛에 취약한 천연 색소의 특성상 제품 유통기한 동안 안정적인 색상을 유지하기 어려워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배합 변경이 아닌 글로벌 농업 공급망을 재설계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네슬레·크래프트·제너럴 밀스 등 가공식품 거물들 전면 동참
합성색소 퇴출 바람은 식품업계 전반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네슬레 USA(Nestlé USA)는 네스퀵 등 잔여 제품의 배합 전환을 완료하며 미국 내 전체 푸드·베버리지 포트폴리오에서 FD&C 합성색소 제거를 마쳤다.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와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는 K-12 학교 급식용 제품 및 시리얼 라인업을 시작으로 전 제품군에서 합성색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타이슨 푸드(Tyson Foods)와 캄벨(Campbell’s) 역시 라인업 재설계를 진행하는 등 주요 제조사들의 천연 원료 전환이 본궤도에 올랐다.
높은 비용에도 ‘천연 성분’ 전환 서두르는 이유…20~30% 가격 프리미엄과 시장 성장
원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이 원료 교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공 첨가물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천연 원료만 사용하는 이른바 ‘클린라벨(Clean Label)’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시장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무첨가·천연 원료 시장은 2026년 50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약 7%씩 성장해 2034년에는 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소비자의 86%가 천연색소와 합성색소를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성분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특히 천연 성분이 적용된 제품은 기존 합성 첨가물 제품보다 20~30% 높은 가격(Price Premium)이 형성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준의 판매 속도를 유지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 부담을 신규 수익성 개선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여기에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공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의 매대 입점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면서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 됐다.
HHS·FDA의 자발적 퇴출 권고 및 주정부 릴레이 규제 법제화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 뒤에는 보건당국과 정치권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도 자리 잡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HHS)와 식품의약국(FDA)은 Red 40, Yellow 5, Blue 1 등 대표적인 석유계 합성 색소에 대한 단계적 퇴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발적 전환을 촉구해 왔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주가 학교 급식 및 가공식품 내 특정 합성색소와 화학첨가물 사용을 제한하는 ‘식품안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웨스트버지니아 등 20여 개 이상 주에서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제조사들로서는 제품 배합 변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면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천연 원료 전환 과정에서 원가 상승과 유통기한 관리, 원료 수급 불균형 등의 단기적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 대전환이 식품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성분 투명성을 제고하는 거대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획] ‘합성색소 퇴출’ 미 식품업계 대수술… 게토레이부터 네슬레까지 ‘천연 원료’ 대전환](https://kvoicetoday.com/wp-content/uploads/2026/09/천연재료-750x37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