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경기 둔화와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에는 선물 지출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CBS 뉴스가 31일 보도했다.
신용카드 업체 비자(Visa) 산하 ‘비즈니스·경제 인사이트(Visa Business and Economic Insight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인의 연말 선물 평균 지출액은 736 달러로, 지난해(669 달러)보다 약 10% 증가할 전망이다. 비자는 이번 예측을 위해 연방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의 소매판매 통계(자동차·주유소·식당 제외)를 토대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지출 증가의 일부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 상승했다. 그러나 단순한 물가 효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가 선물 예산을 크게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해당 연령층의 연말 소비 증가율이 21%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들의 지출 의지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소비자심리지수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자의 마이클 브라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경기 인식이나 심리지수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소비심리와 실제 지출이 비교적 밀접하게 움직였으나, 최근 몇 년간 그 연관성이 약화됐다는 것. 예컨대 올해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조차 실질 소비는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같은 ‘심리-소비 괴리’의 배경에는 꾸준한 임금 상승세가 있다. 브라운은 “물가가 오르더라도 실질 소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소비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0월 들어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이는 고용시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비영리 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의 조사에서도 이달 소비자신뢰지수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 전반의 연말 소비는 활기를 보이지만, 저·중소득층 가계는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 등 필수품 비용이 늘어나면서 일부 가구는 여가·선물 예산을 줄이는 등 지출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시즌에는 ‘한 푼이라도 더 아껴 쓰자’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필수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출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자 외에도 어도비(Adobe for Business), 갤럽(Gallup) 등 주요 조사기관들의 전망 역시 비슷하다. 대부분의 보고서가 미국인들이 경제 불안 속에서도 여전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선물·여행·식음료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말 소비 전망이 ‘불황 인식과 소비 현실간 괴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한다.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