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선엽 기자]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해외에 있는 배우자·부모·자녀를 초청하는 가족이민 청원서(I-130) 심사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민국(USCIS)이 수십 년간 서류 중심으로 처리하던 방식을 바꿔 청원을 각 지역 사무소로 대거 옮긴 뒤 승인 건수가 한 분기 만에 4할 가까이 줄었고, 홈페이지에 표시되는 처리 기간은 수년 단위로 불어났다.
이민국 분기 자료를 분석한 이민법 로펌 WHK의 11월 5일 분석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5개 서비스센터에 쌓여 있던 I-130 약 206만 건이 6월 말에는 약 14만 1천 건으로 줄었다. 청원은 이제 각 지역 사무소(field office) 몫으로 넘어갔다. 뉴욕시 사무소는 한 분기 만에 6,600건에서 7만 8,800건으로, 퀸스는 7,000건에서 8만 1,600건으로 10배 넘게 불어났다. 결정도 함께 느려졌다. 3월 마감 분기 약 14만 6천 건이던 승인 건수는 6월 마감 분기 약 9만 1천 건으로 약 38% 줄었다.
이민국은 청원이 지역 사무소에서 실제로 심사되는지, 집계만 옮겨진 것인지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민국 정책 지침상 지역 사무소가 대부분 I-130 인터뷰를 담당하며, 청원자와 수혜자를 함께 또는 따로 부를 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해외에 있는 배우자 대신 청원자만 인터뷰에 불려가기도 했다고 실무자들이 전했다. 이민국 홈페이지에 표시되는 처리 기간은 지역 사무소 기준으로 수년 단위로 나와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지난 6개월간 처리한 사건 중 가장 느린 20%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예측이 아니다. 같은 기관 자료에서 올해 회계연도에 결정된 직계가족 청원의 절반은 약 13개월 만에 처리됐다. 현장 체감은 그 중간쯤이다. 시민권자 배우자의 영사 처리 사건은 예전에는 약 14개월이면 승인됐으나, 지금은 그보다 훨씬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로펌은 전했다.
오래 기다린다고 해서 내 사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대개는 아직 아무도 파일을 열지 않은 상태다. 지역 사무소로 이관됐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의심을 받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대부분 청원이 지역 사무소에 있다. 또 영주권자로 신청했다가 시민권자가 됐다면 새로 낼 필요 없이 시민권 증명서를 담당 사무소에 보내면 직계가족 범주로 승격돼 비자번호 대기가 사라진다. 유의할 점은 I-130이 계류 중인 동안에는 방문비자를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귀국 의사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게시된 처리 기간을 넘겼으면 온라인으로 사건 문의를 넣을 수 있고, 지역 연방 하원의원에게 문의를 부탁할 수도 있다. 중병 등 긴급 사유가 있으면 신속 처리를 요청할 수 있으나, 2026년에는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면 연방 법원에 이민국에 결정을 명령해 달라는 소송(만다무스)을 내는 방법이 있다. 연방법은 이민 혜택 신청을 접수 후 180일 안에 결정하는 것을 의회의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소장을 송달하면 정부는 60일 안에 답변해야 하고, 실무상으로는 법정 다툼보다 사건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은 승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 자체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개별 사건은 이민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