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변경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비용이 최대 2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사안을 잘 아는 6명의 관계자가 밝혔다.
12일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명칭 변경은 연방의회 승인이 필수적이며 시행될 경우 수천개의 표지판과 문패, 문서 서식, 배지 등 국방부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항목을 교체해야 한다고 공화·민주 양당의 상·하원 고위 보좌진 및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관계자들이 전했다. 4명의 고위 의회 보좌진과 한 관계자에 따르면, 새 문서 서식과 간판 제작 비용만 1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 또한 가장 큰 비용 요소 중 하나는 국방부의 모든 내부·외부용 웹사이트와 각종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코드 전체를 수정하는 작업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정부가 국방부 명칭이 들어가는 모든 항목을 완전히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명칭 변경 비용의 최종 추산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국방부 명칭 변경을 적극적으로 이행 중이며 국방부의 정식 명칭으로 영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셧다운으로 인해 주요 민간 인력이 휴무 상태여서 최종 비용 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변경은 부처의 핵심 임무—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사명—을 반영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비용 관련 질문에 대해 국방부로 문의하라고만 답했다.
이번 비용 추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지출 삭감을 공언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여러 정부 부처 예산을 대폭 삭감해 왔다. 피트 헥세스 연방국방부 장관은 특히 국방부 군인·민간 인력을 수천명 줄여 ‘살상력(lethality)’과 ‘전사 정신(warrior ethos)’ 중심의 예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군대의 자부심과 승리 정신을 되찾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국방부를 역사적 명칭인 전쟁부로 공식 변경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쟁부’는 국방부의 ‘보조적 명칭(secondary title)’일 뿐, 공식 명칭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바꾸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그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초, 피트 헥세스 장관이 ‘전쟁장관(Secretary of War)’ 직함을 사용하고 공적 문서와 대외 소통에서 ‘전쟁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명칭 변경을 처음 공식화했다. 행정명령은 국방부에 두 차례의 기한(30일·60일)을 부여해, 의회가 명칭 변경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류를 국가안보회의(NSC)에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백악관의 애너 켈리 대변인은 두 기한이 지켜졌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행정명령 이후 국방부는 웹사이트 URL과 SNS 계정명을 즉각 ‘전쟁부’로 바꾸었으며, 헥세스 장관은 집무실 문패를 “쟁장관실(The Office of the Secretary of War)‘로 교체했다. 국방부 내부의 일부 표지판도 이미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표지판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국방부 건물 입구에 설치된 ‘국방부(The Department
of Defense)’라고 새겨진 황동 표지판도 그대로다. 행정명령은 모든 행정부 부처가 공식·비공식 문서에서 이 보조 명칭을 “인정하고 반영”할 것을 요구했으며, 동시에 명칭 변경에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함을 명시했다.
공화당 릭 스캇(플로리다), 마이크 리(유타) 연방상원의원은 9월 명칭 변경 법안을 발의했으며 연방하원에서도 공화당 그레그 스튜비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스캇 의원은 당시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되돌리는 것은 미국의 진정한 목적—전쟁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리 의원도 “미국은 방어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의회를 대상으로 공식적 입법 로비를 시작하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명칭 변경 비용을 충당하는 예산도 의회가 승인해야 한다. 두 명의 고위 보좌진에 따르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이 사안을 ‘허영심 프로젝트(vanity project)’라고 비판하고 있다. 랜들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전쟁을 미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상원에서 해당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폐지에 대체로 냉담하다. 민주당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지난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건 거의 코스프레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케인 의원은 “국방부 명칭은 법률로 정해져 있다”며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고, 의회가 명칭 변경을 추진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상원의원 10명은 9월 의회예산국(CBO)에 서한을 보내 명칭 변경시 발생하는 간판·브랜딩·의전 물품 교체 비용, 직함 변경, 웹사이트 및 디지털 인프라 업데이트 비용 등을 산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이번 조치를 “재정 긴축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모순되는 낭비적·위선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방부는 1789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출발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이를 ‘국가군사기구(National Military Establishment)’로 재편했고, 1947년 제정된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을 통해 모든 군종을 하나의 체계 아래 묶었다. 이후 의회는 몇 년 뒤 명칭을 지금의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로 변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