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환율 급등을 두고 많은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원인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특히 통화량 증가로 돌린다. 통화량 확대가 인플레이션과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환율 급등을 단순히 통화정책의 결과로만 설명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통화량 증가는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물가와 환율을 자극하는가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나 통화량 증가는 항상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금리·불확실성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못하고 자산시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 일본이 장기간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했을 당시, 실물경제는 오히려 저성장에 머물렀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만 상승했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정책당국이 걱정했던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었다.
이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가 본질적으로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그것이 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물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는 언제든 ‘막힘’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재정정책은 다르다.
정부 지출은 민간의 소득과 수요를 즉각적으로 창출한다. 공급 여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 효과는 곧바로 물가로 전이된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힘의 강도와 속도 면에서 재정은 통화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미국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그 이전까지 수년간 지속된 양적완화 국면에서는 오히려 물가 하락을 우려했지만, 팬데믹 시기 대규모 재정지출이 본격화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의 불씨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보다 정부의 재정지출에서 더 강하게 타올랐다.
이 점에서 최근 한국의 환율 급등을 바라볼 때도 시선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 재정으로 향해야 한다. 환율은 단순한 통화 현상이 아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 국채 발행 전망, 정책 신뢰도, 그리고 미래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모두 반영된 가격이다. 재정이 확대될수록 시장은 더 많은 국채 발행과 통화 공급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이는 위험 프리미엄을 통해 환율에 반영된다.
물론 중앙은행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환율 급등의 책임을 한국은행에만 돌리는 분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통화정책은 결과일 수 있으나, 기대와 구조를 흔든 쪽은 재정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환율은 정책의 신뢰를 가격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지금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이 나라의 재정은 지속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환율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