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검찰이 불법 낙태 시술에 연루된 8명을 체포·기소했다고 켄 팩스턴(Ken Paxton) 주법무장관이 8일 발표했다. 이들은 휴스턴 지역의 조산사(midwife) 마리아 마가리타 로하스(Maria Margarita Rojas/49)와 관련된 의료기관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및 불법 낙태 시술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CNN과 텍사스 지역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팩스턴 장관은 지난 3월 로하스에게 텍사스 인권보호법(Texas Human Life Protection Act) 위반 등 중범죄(felony) 혐의를 적용했다. 이 법은 강간·근친상간의 예외 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하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만 허용된다. 로하스는 해당 법 시행 이후 첫 기소 사례다.
주검찰은 로하스가 면허 없이 여러 의료 클리닉을 운영하며 불법 낙태를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하스의 변호인 니콜 데보드 호치글로브(Nicole DeBorde Hochglaube)는 CNN에 “로하스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검찰로부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호치글로브 변호사는 또한 팩스턴 장관이 피고인들을 “낙태 옹호 급진주의자 집단(cabal of abortion-loving radicals)”이라 부르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 ‘생식권리센터(Center for Reproductive Rights)’는 이번 기소를 “근거없는 정치적 쇼”라고 규정했다. 이 단체의 변호사 제나 허드슨(Jenna Hudson)은 “팩스턴은 아무런 증거 없이 헌신적인 조산사를 공격했다”면서 “그가 폐쇄시킨 클리닉들은 대부분 저소득층·무보험 이민자 가정을 위한 합법적이고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지적했다.
허드슨은 또,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외국인 의료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명백히 정치적인 행위다. 텍사스의 의료 종사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하스는 지난 3월 체포돼 월러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다음 날 석방됐다. 주법무장관실에 따르면, 그녀는 불법 낙태 1건, 무면허 의료행위 12건 등 총 15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녀가 운영한 클리닉 네트워크는 현재 법원 명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중단한 상태다.
텍사스주는 2022년부터 사실상 전면 낙태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인이 이를 위반할 경우 최소 10만 달러의 벌금, 의사면허 박탈,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낙태 시술마저 위축되는 ‘냉각 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주법은 환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지는 않지만, 2022년에는 한 26세 여성이 약물로 자가 낙태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살인죄로 체포되기도 됐다. 그녀는 2일간 구금됐다가 혐의가 철회됐으며 올해 초 카운티와 검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