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김선엽 기자】영국 남동부 켄트에서 시작된 수막구균 B형(MenB) 감염병이 런던을 넘어 유럽 대륙으로 확산하며 국제적인 보건 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슈퍼 전파’ 현상이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은 백신 확보와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과 한국 보건당국은 아직 유입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항공편을 통한 국제적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검역 수위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뇌수막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신경계를 보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곳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하면 뇌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신경 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영국 보건안보청(UKHSA)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고된 감염 사례 27건 중 15건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켄트의 유명 나이트클럽인 ‘Club Chemistry’로 지목됐다. 이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밀접 접촉이 감염의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이후 대학 등 교육기관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미 켄트 지역 대학생 2명이 사망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극도로 커진 상태다.
감염의 불길은 켄트에 머물지 않았다. 런던 내 주요 교육기관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으며, 프랑스 보건당국 역시 영국 방문 이력이 있는 학생들의 확진 사실을 확인했다. 수막염은 침이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는데, 전문가들은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빈번한 키스, 음료 및 전자담배 공유 행위가 주요 경로가 됐다고 분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백신 접종 수요가 폭증하며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긴급히 2만 도스의 백신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약국업계는 이를 ‘언발에 오줌 누기’라며 비판했다. 약국협회 관계자는 “수요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일부 지역에서는 접종 예약 자체가 중단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장관은 “일반인에게 미치는 위험은 여전히 낮다”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으나, 현장 전문가들은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방치하기 쉬운 만큼 고열이나 목 경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독자 가이드] 수막염, 어떻게 알아채고 예방하나?
수막염은 발병 후 24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다음은 보건당국이 권고하는 핵심 체크리스트입니다.
1.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증상
3대 징후: 갑작스러운 고열,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심한 두통, 고개를 숙이기 힘든 목 경직이 나타난다.
특이 증상: 밝은 빛을 보기 힘든 광과민성, 분출하듯 쏟아내는 구토, 의식 혼란 등이 동반된다.
피부 발진: 유리컵으로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붉거나 보라색의 반점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2. 감염 차단을 위한 생활 수칙
개인 물품 공유 금지: 컵, 빨대, 립밤, 전자담배 등을 타인과 절대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
백신 접종 확인: 유행 지역(영국, 유럽 등) 방문 전 수막구균 B형(MenB)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한다. (기존 4가 백신과는 별개)
밀집 장소 주의: 환기가 안 되는 클럽, 파티장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장시간 체류를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철저한 손 씻기: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