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 세대가 치솟는 집값 앞에 주택 소유의 꿈을 포기하면서, 과도한 소비와 고위험 자산 투자, 노동 의욕 저하라는 ‘재정적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거 사다리가 끊기자 미래를 위한 저축 대신 단기적 쾌락과 한탕주의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노스웨스턴대 이승형 경제학자와 시카고대 유영근 박사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주택 구입 기대를 접은 임차인들은 여전히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품은 이들과 상이한 재정 패턴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산 운용 방식의 양극화다. 주택 구매를 포기한 이들은 미래를 위한 정기적 저축을 줄이는 대신, 당장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지출을 집중했다. 특히 부족한 자산을 단번에 불리려는 심리가 작용하며 암호화폐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비정상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이 포착됐다.
과거 주택 소유는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는 과정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이른바 ‘강제 저축(‘Forced Saving)’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 경로가 차단되자 청년층의 장기적 재정 계획이 무너지며 노동 동기마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소득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폭등한 주거 비용이 있다. 지난 수년간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 상승폭은 중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을 압도했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35세 이하 청년층의 주택 소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키우고 있다. 이밖에 최근 조사 결과, 미국인의 약 16%가 지난 5년 사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이 같은 행태 변화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택은 오랫동안 세대 간 부를 이전하고 중산층을 형성하는 핵심 축이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분석가는 “주택 담보 자산(Equity) 구축은 미래를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현재의 좌절감이 단기적 소비나 투기성 자산 투입으로 이어질 경우, 노후 빈곤과 세대 간 자산 불평등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청년들이 다시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주택 공급 확대와 금융 지원 등 시장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