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오히려 급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금값은 3월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주에만 약 10% 떨어져 2011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하락폭은 약 25%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전쟁이나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금값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금리 상승 전망을 꼽는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질수록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달러 강세 역시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안전자산 수요 일부가 금 대신 달러와 국채로 이동하면서 금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현재 이란이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계획을 일시 연기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같은 발언 이후 금값은 장중 급락 후 일부 반등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과 중동 산유국들이 최근 수년간 축적해 온 금 보유량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 분석가 닉 퍼크린은 “귀금속 시장의 흐름은 이제 매집 단계에서 자본 보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금값 상승 폭에 자연스러운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금값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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