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sboro, N.C.—미국의 전체적인 임대료 지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임차인들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Realtor.com의 2025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전국 중위 임대료는 16.9% 상승했으나, 하위 25% 가격대(25퍼센타일)의 임대료는 19.9%나 치솟았다.
통계에 따르면 상위 75% 가격대의 임대료 상승률은 12.5%에 그쳐 중위 상승률보다도 낮았다. 이는 최근 29개월간 지속된 전국 임대료 하락의 혜택이 대부분 고가 임대 시장에 집중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2년 말 이후 고가 단위 임대료는 3.5% 하락했으나, 저가 단위는 0.8% 하락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임대료 압착(Compression)’이라고 규정했다. 저가 매물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반면, 신축 물량이 쏟아진 고가 시장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면서 상하위 간의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도시별로는 보스턴의 저가 임대료가 중위 대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며 저소득층의 주거 선택권을 위축시켰다. 애틀랜타와 내슈빌 역시 저가 단위 매물이 줄어들고 점유 비용이 상승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커졌다. 내슈빌의 한 관계자는 “저렴했던 노후 주택들이 철거되거나 고소득층을 위한 럭셔리 유닛으로 리모델링되면서 저렴한 옵션 자체가 시장에서 증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뉴욕과 클리블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저가 임대료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해지며 접근성이 개선되는 예외적인 사례도 포착됐다.
이러한 임대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주택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대료 하락의 수혜를 입은 상위층 임차인들이 낮아진 거주 비용을 누리기 위해 주택 구매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주택 시장 전체의 수요 분산으로 이어져 매매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린스보로 인근 지역 역시 전국적인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그린스보로의 평균 임대료는 전국 평균보다 약 3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1~2인 가구용 스튜디오 및 1베드룸의 수요가 늘면서 저가 매물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문가들은 임대 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가 주택 위주의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저가 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료 보조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중위 임대료 하락이라는 수치는 서민들에게 ‘착시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