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녀의 자폐증이나 ADHD 위험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강력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이는 최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약물 유해성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근거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국제 의학 저널 ‘란셋 산부인과 및 여성 건강(The Lancet Obstetrics, Gynecology & Women’s Health)’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타이레놀 사용과 영유아의 신경발달 장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전 세계 43건의 기존 연구를 심층 검토했으며, 특히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통제할 수 있는 ‘형제 비교 연구’ 등 엄격한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스마 칼릴(Asma Khalil) 교수는 “타이레놀은 통증이나 열이 있는 임신부에게 여전히 가장 권장되는 안전한 치료 옵션”이라며 “적절한 용량 내에서 사용할 경우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정치적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 2025년 9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타이레놀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임신부들에게 복용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미국 내 임신부들 사이에 큰 불안을 조성했으나, 당시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즉각 비판했다.
연구팀은 과거 일부 연구에서 나타났던 낮은 수준의 연관성은 약물 자체의 영향이라기보다 고열, 통증 같은 산모의 기저 증상이나 가족력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임신 중 고열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오히려 태아의 발달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건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를 포함한 주요 보건 기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환영하며, 타이레놀을 지정된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기존의 지침을 재확인했다. 의료계는 이번 발표가 근거 없는 정보로 인한 임신부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적절한 산전 관리를 돕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