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선엽 기자】 미국 의회가 1센트 동전(페니) 생산 중단을 법제화한 데 이어 5센트 동전(니켈)의 제조 원가 문제로 눈을 돌렸다. 초당적 법안인 ‘커먼 센츠 법(Common Cents Act)’은 재무부가 더 값싼 소재로 니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니켈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3센트다. 미 조폐국 자료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니켈 1개의 생산비는 13.31센트로, 2024회계연도의 13.78센트보다 소폭 낮아졌다. 이는 니켈 생산비가 20년 연속 액면가를 웃돌았다는 뜻이다. 납세자가 동전 하나당 약 8센트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현재 니켈은 니켈 25%와 구리 75%의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검토 대상 중에는 아연을 심으로 쓰고 바깥에 니켈을 입히는 방식도 있다.
법안의 핵심 내용
법안은 하원 공화당 회의 의장인 리사 매클레인(공화·미시간) 의원과 로버트 가르시아(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주도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페니 생산 금지: 수집용 동전을 제외하고 재무부의 신규 페니 생산을 금지한다.
- 현금 반올림 규정: 정확한 거스름돈을 줄 수 없을 때 가장 가까운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하는 틀을 마련한다. 현금 임금은 별도로 다루어, 고용주가 5센트로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금액을 반올림할 경우 반드시 5센트 단위로 올림해야 한다.
- 니켈 소재 변경 허용: 원가 절감 효과와 자판기 등 동전 사용 기기와의 호환성 시험을 거쳐 재무부가 더 저렴한 구성을 채택할 수 있게 한다. 매클레인 의원 측은 이 법이 “자판기 등 동전 작동 기기의 운영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원가를 낮추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매클레인 의원은 폭스뉴스 디지털에 “5센트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13센트가 든다면, 워싱턴은 더 많은 세금을 낭비하기보다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니켈을 개조할 수 있다”…재무부 장관 발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미 지난해 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니켈을 “개조(retool)”해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도 “니켈이 앞으로도 경제성을 유지하도록 더 저렴하게 만들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니켈 자체를 없애자는 데는 공감대가 약하다. 니켈 생산 중단에 대한 의욕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페니는 이미 사실상 퇴장
페니는 법 통과 이전부터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정책 흐름은 다음과 같다.
- 2025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에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 그는 당시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2센트 넘게 드는 페니를 찍어 왔다”고 비판했다. ny1
- 2025년 4월 30일: 매클레인·가르시아 의원이 커먼 센츠 법을 발의했다.
- 2025년 5월 22일: 재무부가 조폐국의 페니 소재(플랭칫) 구매 중단을 발표했다.
- 2025년 11월 12일: 조폐국이 필라델피아에서 마지막 유통용 페니를 생산해 232년 역사를 마감했다.
- 2025년 12월: 행정부는 페니 생산 중단으로 즉각 5,6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 2026년 9월 14일: 하원이 최종 단일안(H.R. 10167)을 통과시켜 법안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원가 부담은 컸다. 조폐국은 2024년 약 32억 개의 페니를 만들어 8,53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페니 생산비는 3.69센트(조폐국 연례 보고서 기준)로 액면가의 3배를 넘었다.
남은 변수
법안은 양원을 모두 통과했지만 아직 법이 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서명 시점이나 확실한 서명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행정부가 앞서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한 만큼 대통령의 지지가 널리 예상된다. 서명이 이뤄지면 행정부의 기존 결정이 법적 의무로 바뀐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연 비중이 커지면 구리와 니켈의 산업 수요가 소폭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국 동전 가운데 아연을 쓰는 것은 페니와 1달러 동전뿐이며, 조폐국 자료상 지난해 아연은 구리보다 톤당 약 7,000달러 저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