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치솟는 주거비와 불규칙한 소득으로 인해 월세를 분할 납부하는 ‘RNPL(Rent Now, Pay Later)’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편리함을 앞세워 급성장한 이 서비스에 대해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주요 주 정부가 강력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높은 실질 이자율과 수수료가 저소득 임차인들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Flex, Livble 등 핀테크 기업들은 월 초에 임대인에게 월세 전액을 미리 지급하고, 임차인으로부터 한 달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회수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다. 업계 선두 주자인 Flex는 현재 매달 약 150만 명의 고객이 이용 중이며, 연간 처리하는 월세 규모만 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임차인 켈런 존슨(44)은 약 2년 전부터 Flex를 통해 월세를 나눠 내고 있다. 그는 “매달 약 $33 이상의 수수료를 추가로 내고 있지만,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비용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사실상 ‘고금리 단기 대출’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표면적으로는 소액의 이용료나 처리 수수료만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대출 금액과 기간으로 환산하면 실질 연이율(APR)이 100%를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Affirm이 Esusu와 협력해 추진 중인 무이자 파일럿 프로그램조차 별도의 유료 구독 서비스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숨겨진 비용’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는 RNPL 업체를 기존 금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국(DFPI)은 이들 업체의 라이선스 요건을 강화하고, 서비스 이용료가 실질적인 ‘고금리 이자’로 변질되지 않도록 감시 체계를 가동했다. 최근 논의되는 법안들은 연체 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하고, 연이율(APR)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주는 한발 더 나아가 라이선스 보유를 필수 요건으로 못 박았다. 이를 통해 임차인 데이터 활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규정 위반 시 라이선스를 박탈하는 강력한 행정 처분을 예고했다.
그린스보로 지역의 한 경제 분석가는 “월세를 할부로 내는 것이 당장의 현금 흐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규제 없는 수수료 체계는 결국 가장 취약한 계층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엽 기자>
사진출처: Michael Hicks / Flickr / Creative Comm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