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 서정일 회장의 행보를 두고 동포 사회 내부에서 이념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미국 워싱턴 D.C. 하얏트 리젠시 캐피톨 힐에서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대표 최광철)이 주최하는 ‘2026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KPAC)’가 개최된다. 한국전쟁 발발 76주년과 4·27 판문점 선언 8주년을 기해 열리는 이번 행사는 미 연방의원들과 한국 여야 국회의원 및 지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동포 주도 시민외교 행사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의제는 미 연방하원에 발의된 ‘한반도 평화법안(H.R.1841)’의 통과 지지 확산이다. 해당 법안은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미·북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행사에는 법안을 주도한 반 트럼프 성향으로 알려진 브래드 셔먼 미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해 한국의 송영길, 김영배 등 정치인들과 강경화 현 주미한국대사,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등이 참석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영상 축사를 보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행사가 한국 여권과 미국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이념적 색채가 뚜렷한 행사라는 점이다. 미주 동포 사회 내 보수 성향 단체들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일방적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처럼 한인 사회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민감한 사안에 서정일 미주총연 회장이 공식 직함으로 참석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전 미주 지역 한인회를 아우르는 대표 기구의 수장이 특정 정치적·이념적 가치를 대변하는 행사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미주 한인 전체가 해당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동포 사회 일각에서는 “개인 자격의 참여와 소신 표명은 자유지만, 미주 한인 사회 전체를 균형 있게 대변해야 하는 총연합회 회장의 신분으로 논쟁적인 행사에 동참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라며 서 회장이 대표 기구의 무게와 책임을 망각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간 공식 대화가 멈춰 선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간 외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동포 사회의 화합을 이끌어야 할 대표 인사의 편향된 행보가 오히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서 회장의 KPAC 참석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