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집값 상승과 고금리로 내 집 마련이 막힌 무주택자들을 위해 퇴직연금(401k)을 벌금 없이 인출해 주택 계약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한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은 지난주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의 골자를 공개했다. 해셋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을 통해 최종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세법상 59.5세 이전에 401(k) 자금을 인출하면 10%의 조기 인출 벌금이 부과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벌금을 면제해 젊은 층과 중산층 무주택자의 자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행정부는 상반기 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팽팽하게 엇갈린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입법 추진력이 강하며,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승부수’라는 점이 동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401(k)를 규제하는 ERISA(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와 세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하므로 민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금융 전문가들은 은퇴 자산의 ‘누출’이 장기적인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정책 자체는 통과될 확률이 높으나 의회 논의 과정에서 인출 금액에 제한(예: 최대 3만 달러)을 두는 등 원안보다 축소된 형태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책이 통과되어 벌금이 면제되더라도 주의점은 남는다. 인출 금액이 그해 소득으로 잡혀 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무엇보다 노후를 위한 복리 수익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CEO 세르지오 알토마레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은 401(k) 계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며 “공급 확대 없는 수요 진작은 결국 집값만 더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다보스 발표 이후 의회의 입법 속도와 세부 조율 과정이 정책의 최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