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폐증과 백신의 연관성에 대해 기존 입장을 뒤집는 내용으로 웹페이지를 수정해 의료계와 백신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고 ABC 뉴스가 19일 보도했다.
다수의 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음에도, CDC는 “연관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설명을 바꿨다. 수년간 CDC는 백신 성분 또는 특정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허위 정보를 적극 반박해 왔다. 기존 웹페이지에는 “다수의 연구 결과, 백신 접종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명확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수정된 페이지에는 연방보건복지부(HHS)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과거 주장해 온 내용이 일부 반영됐으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근거 기반의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일부 연구가 영아기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포함됐다. 또한 페이지는 “연관성을 지지하는 연구들이 보건 당국에 의해 무시돼 왔다”고 주장하며 HHS가 자폐증 원인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BC 뉴스의 문의에 대해 HHS 대변인은 “우리는 CDC 웹사이트를 가장 높은 수준의 증거 기반 과학을 반영하도록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페이지 첫머리에는 여전히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남아 있다. 그러나 각주에는 이 문구가 삭제되지 못한 이유가 명시돼 있다. 연방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Senate Health, Education, Labor, and Pensions Committee) 위원장인 공화당 빌 캐시디 상원의원과의 약속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시디는 의사 출신으로, 올해 초 케네디의 장관 지명 청문회에서 케네디가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자 투표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는 후보 지명을 찬성했지만, 최근 CDC·HHS의 백신 정책 변화에 우려를 표해 왔다.
캐시디 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홍역·소아마비·B형 간염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그와 반대되는 모든 주장은 잘못됐고 무책임하며 미국인을 더 아프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HHS가 자폐증 유전 연구에 투입된 수억 달러 예산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폐증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가족들이 받아야 할 답을 빼앗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웹페이지 개정 소식은 미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AAP), 감염병 전문가, 백신정책 연구자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CDC에서 백신 정책과 감염병 입원자 통계를 담당했던 피오나 해버스 전 CDC 관계자는 ABC 뉴스에 “지난 10개월 동안 이 행정부가 공중보건과 과학을 공격해 온 가운데서도, 이번처럼 과학적 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CDC가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케네디 장관 취임전에는 CDC 내부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이뤄졌다”며 “지금은 CDC 과학자들이 완전히 배제됐고, 케네디 장관이 CDC를 반백신 선전 플랫폼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라델피아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 소장 폴 오핏 박사는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 백신내 알루미늄 보조제가 자폐증과 무관하다는 연구 등 ‘수많은 연구’가 있음에도 페이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CDC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AP의 수전 크레슬리 회장은 성명을 통해 “1998년 이후 56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40건이 넘는 고품질 연구에서 백신과 자폐증간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됐다”며 “이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거나 부모를 의도적으로 오도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리고 CDC를 향해 “정기 예방접종이라는 가장 강력한 어린이 건강 보호 수단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허위 주장에 정부 자원을 낭비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