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김선엽 기자]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여파로 미국 가계의 재정적 완충 지대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4명은 비상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5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LendingTree의 소비자 저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0%가 가용 현금 저축액이 500달러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차량 수리나 응급 상황 발생 시 빚을 내지 않고는 대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저축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치솟는 생활비’가 꼽혔다. 응답자의 34%가 주거비, 식료품비, 주유비 등 필수 생계비 상승으로 인해 저축 여력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연 소득 3만 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은 5명 중 1명꼴로 꾸준한 저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 전문가 맷 슐츠는 “물가가 오르면 가계 예산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저축”이라며 “비상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고금리 부채의 늪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13%는 당장 먹고 살 식료품 값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저축해 둔 돈을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재정 상태의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전체 응답자의 29%가 1년 전보다 저축액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매달 저축하는 금액 또한 이전에 비해 50달러에서 많게는 250달러까지 감소했다는 비율이 과반을 차지했다.
설상가상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한 신용카드 부채와 높은 대출 금리는 서민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저축으로 모은 돈이 생활비로 전용되면서 은퇴 준비나 부채 상환 같은 장기적인 재정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저축 바닥 현상은 가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적은 금액이라도 비상금을 우선순위에 두는 보수적인 재정 관리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