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정부가 관광 및 비즈니스 방문객을 대상으로 최대 1만5천 달러의 고액 비자 보증금(Visa Bond)을 요구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번 조치는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하는 불법 체류 문제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일부 국가 출신 여행자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 5일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비자 보증금 시범 프로그램(Visa Bond Pilot Program)’ 시행을 공식 발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25년 8월 20일부터 12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번 시범 프로그램은 B-1(비즈니스 방문) 및 B-2(관광 방문)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B-1·B-2 비자는 미국을 단기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비자 유형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비자 신청자는 최소 5,000달러, 일반적으로는 10,000달러,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15,000달러의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보증금 액수는 영사관 직원이 신청자의 재정 상태, 여행 목적, 체류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게 된다.
다만 학생 비자(F-1), 취업 비자(H-1B 등), 이민 비자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비자 면제 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 대상 42개국 국민도 자동으로 제외된다.
보증금은 단순한 수수료가 아닌 담보 성격의 예치금이다.
비자 소지자가 ▲체류 기간을 초과하지 않고 ▲불법 취업을 하지 않으며 ▲정해진 기한 내에 출국할 경우 전액 환불된다.
반면, 비자 조건을 위반하면 보증금은 몰수된다. 보증금 납부는 미 재무부의 공식 결제 시스템인 Pay.gov를 통해 진행되며, 관련 안내는 비자 신청 시 기재한 이메일로 개별 통보된다.
국무부는 이번 프로그램이 비자 체류 초과 비율이 높거나, 신원 조회·보안 검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국가 목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무부는 “대상 국가는 프로그램 시행 시점에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이후에도 수시로 추가 또는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50만 명 이상이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억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시범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비자 소지자는 미 정부가 지정한 특정 공항을 통해서만 입·출국할 수 있다. 이들 공항은 안면 인식 등 자동 출국 확인 시스템을 갖춘 대형 허브 공항 위주로 선정될 예정이다.
공항 목록은 프로그램 시행 15일 전 발표되며, 이후에도 변경될 수 있다.
한편, 미 정부는 이와 별도로 모든 비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250달러의 ‘비자 무결성 수수료(Visa Integrity Fee)’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수수료 역시 비자 조건을 준수하면 환불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존 비자 신청 수수료(약 185달러)에 더해 추가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관광 및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방문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방문객이나 중소기업 비즈니스 출장자에게는 사실상 방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은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 사업”이라며, 향후 결과에 따라 영구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자 보증금 제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안됐으나, 행정적 부담과 실행 가능성 문제로 본격 도입되지 못했다. 이번 시범 프로그램은 미국의 이민·비자 정책이 보다 강경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상 국가 확대 여부와 실제 체류 위반 감소 효과가 정책 존속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