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대중 매체에 대한 신뢰가 새로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여론조사 전문 갤럽(Gallup)이
전했다.
2일 갤럽이 발표한 올해 9월 2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문·TV·라디오 보도가 “충분하고, 정확하며, 공정하다”고 믿는 응답자 비율은 28%에 그쳤다. 이는
갤럽 여론 조사상 처음으로 30%에 못미치는 가장 낮은 수치다. 2024년의 31%, 5년전의 40%에서
꾸준히 하락했다.
미국 성인 10명 중 7명은 언론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36%)거나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34%)고 답했다. 1970년대 갤럽이 처음으로 언론 신뢰도를 측정했을 당시에는 미국인의
68~72%가 언론 보도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1997년 조사에서는 53%로 떨어졌고
2004년에는 44%까지 하락하며 이후로는 과반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았던 수치는
2018년의 45%였다.
정당별로는 민주당과 공화당간 신뢰도 격차가 여전히 뚜렷하지만 모든 진영에서 언론 신뢰도는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공화당 지지층의 신뢰도는 2015년 이후 21%를 넘은 적이 없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한 자릿수(8%)까지 떨어졌다. 무당층은 2003년 이후 과반 신뢰를 보인 적이 없으며 이번
27%는 지난해와 같은 최저치다. 민주당은 간신히 과반(51%)이 언론을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6년에 기록한 최저치와 동일하다.
세대간 격차도 뚜렷하다. 표본 수를 늘리기 위해 최근 3년(2023~2025년)을 합산해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층의 43%가 언론을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그보다 젊은 연령대에서는 어떤 그룹도
28%를 넘지 못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네 연령대 모두 언론 신뢰도가 50% 이상으로
비슷했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정당 지지 여부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연령대별로 공화당 지지자보다 언론
신뢰도가 높았다. 2023~2025년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중 18~29세는 38%, 30~49세는 42%,
50~64세는 59%, 65세 이상은 69%가 언론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무당층은 민주당보다는 낮지만 공화당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65세 이상 무당층이 언론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연령대별 차이가 거의 없어 6%에서
17% 사이에 머물렀다.
현재 미국의 언론 신뢰도는 역사적 저점에 놓여 있다. 전체 국민 가운데 언론이 뉴스를 “충분하고,
공정하며, 정확하게” 보도한다고 믿는 비율은 3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하락세는 모든 정당
진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공화당은 한 자릿수로 추락했고, 무당층도 전반적으로
회의적이다. 언론에 가장 호의적인 민주당조차 이제는 과반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세대간 격차도 신뢰 하락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고령층은 젊은 층보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특히 젊은 민주당 지지층의 신뢰가 낮은 만큼 앞으로 전체 신뢰도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지지층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전망은 어둡다.
정치적·세대적 분열이 심화되는 가운데, 언론사들에는 단순히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넘어서
양극화와 불신 속에서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