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의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9개월 만의 최고치에서 하락하며 급등세가 일단 한풀 꺾였다. 그러나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전국적인 주택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 재편 조짐이 나타났다.
미국 모기지 금융회사 프레디맥은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이 지난주 6.53%에서 이번 주 6.48%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15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역시 지난주 5.87%에서 5.79%로 내렸다. 이는 1년 전(30년 만기 6.85%, 15년 만기 5.99%)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이번 금리 완화로 주택 구매자들의 구매력이 일부 회복될 여지가 생겼으나,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 요소는 해소되지 않았다. 연초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페르시아만 일대의 원유 수송 차질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장기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요일 채권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47%를 기록하며 일주일 전(4.45%)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말의 3.97%와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주택 수요 위축으로 직결됐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한 신규 모기지 신청 건수는 지난주 대 주택 구매와 재융자를 포함해 2.5% 감소하며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 주택 구매 예정자들이 매수를 보류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정체 흐름 속에서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의 주택 시장은 뚜렷한 변화를 맞이했다. 최근 몇 년간 인구 유입으로 급등했던 이들 남부 지역은 고금리 장벽에 부딪힌 구매자들이 이탈하면서 매물이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샬롯, 그린스보로 등 노스캐롤라이나 주요 도시와 조지아주 애틀랜타 메트로 지역에서는 높은 주택 가격과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구매력의 한계(Redfin 조사 기준 가구 소득 대비 2만 9,000달러 부족)가 가시화되면서 매물이 정체되는 현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공급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된 남부 지역 판매자들은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섰다. 질로우와 레드핀의 최신 지역 데이터에 따르면,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신규 등록 매물 중 가격을 낮춰 수정하는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제로 리얼터닷컴 데이터에서도 지난달 미국 전체 주택 매물 등록 가격의 중앙값이 전년 대비 2.4% 하락해 2017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가운데, 이러한 가격 조정을 남부와 서부 지역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물이 팔리지 않고 쌓이자 판매자들이 백기를 들기 시작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5%~3.75% 수준에서 동결하고 있고 중동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오는 6월 16~17일로 예정된 FOMC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 전역의 주택 시장이 가격 조정을 동반한 소강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