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3분기 4.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지만, 정작 다수의 서민과 중산층은 “경제가 좋아졌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체감 경기와 공식 지표 간 괴리가 구조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GDP 성장의 핵심 동력은 소비 지출 증가(3.5%)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소비가 여유 자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환경 속에서 상당수 가계는 신용카드, 할부, 후불결제(BNPL) 등에 의존해 소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통계상 소비 증가로 잡히지만 가계의 실질 재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GDP는 ‘얼마를 썼는지’를 보여주지만, 그 돈이 저축에서 나왔는지, 부채에서 나왔는지는 구분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발표한 물가 지표는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2.8~2.9% 상승이지만, 서민들이 실제로 매일 접하는 주거비, 식료품, 자동차 보험, 의료비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다. 특히 주거비는 여전히 높은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자동차 보험료와 의료비는 두 자릿수 인상 사례도 잦으며, 외식비와 식료품 가격은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공식 발표와 달리, 서민 가계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함께 임금은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임금 증가율은 제한적이다. 특히 서비스·소매·운송·요식업 등 서민층 종사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월급은 늘었지만 집세, 보험료, 대출 이자, 생활 필수품 비용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남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수치는 기업 이익이 3분기에만 1,661억 달러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주식시장과 자산을 보유한 상위 계층에는 긍정적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자산이 없는 서민층에는 직접적인 혜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번 성장 국면은 ‘자산 보유자 중심의 성장’이며, 임대 거주자·저축이 적은 가계는 성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학적으로 GDP는 국가 전체의 평균적인 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개인의 삶의 질이나 재정적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주거비 부담, 학자금 대출, 의료비와 보험료, 고금리 신용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이번 경제 성장은 통계 속 숫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며 성장 중인 것은 분명하지만, 서민들이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한, “경제는 성장하는데 생활은 팍팍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