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고 명품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진품 인증(authenticity verification)’이 플랫폼의 신뢰도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CNBC 뉴스가 18일 보도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명품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가 10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명품 리세일 시장은 연평균 10%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1차 시장의 3배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 시장 규모가 현재 약 2,10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최대 3,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명품 중고 거래가 대중화하면서 소비자의 신뢰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온라인 마켓 번개장터의 최재화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가짜 제작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일부 명품 브랜드조차 위조품을 알아보지 못해 가짜를 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상에는 수천 달러를 주고 가짜 에르메스 가방이나 부품이 바뀐 롤렉스 시계를 산 사례 등 ‘악몽 같은 거래’ 사례가 넘쳐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슈퍼페이크(superfake)’로 불리며 심지어 정품 브랜드가 사용하는 가죽 공급처에서 동일한 소재를 구입해 제작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품의 정교화가 심화되면서 인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고 시장은 전통적으로 ‘구매자 주의(Caveat Emptor)’ 원칙 아래 운영돼 왔지만, 최근엔 플랫폼 주도의 검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폴의 온라인 마켓 ‘캐러셀(Carousell)’은 올해 다운타운에 첫 명품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판매자는 물품을 등록하기전 회사 감정팀의 등급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캐러셀 럭셔리 부문 세일즈·마케팅 총괄 트레저 탄은 CNBC에 “감정팀은 단순히 소재뿐 아니라 바느질, 각인 등 세밀한 부분까지 검사한다”며 “결국 우리의 명성이 걸린 문제이기에 진품 보증 환불 제도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캐러셀은 약 500종 제품 스타일의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고가 제품일수록 다단계 검증 절차를 거친다. 진위가 불확실할 경우 해당 제품은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한국의 번개장터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재화 대표는 “시각적 감정과 과학 장비 분석, 그리고 수십만건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을 결합한 자체 인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는 진품 판별 정확도 99.9%를 달성했다고 주장하며 AI 시스템이 가품 제작 방식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학습·보완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두 플랫폼 모두 인증 시스템 도입 이후 거래와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는 명품 거래액이 전체 연간 거래액(약 11억 달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2025년 상반기 명품 부문 거래량과 금액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전했다.
캐러셀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럭셔리 부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한편, BCG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명품 구매 이유 1위는 ‘가격 부담 완화’(응답자의 80%)였다. 그러나 단순한 절약뿐 아니라 단종된 희귀 컬렉션 구매 욕구도 커지고 있다.
베스티에르 컬렉티브의 미국 대표이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사만사 버크는 “최근 몇 년간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중고 쇼핑이 현대 소비자들의 패션 참여 방식에 깊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최 대표는 “MZ세대는 제한된 구매력을 바탕으로 ‘구매→사용→재판매’의 순환형 소비를 선호한다”며 “이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명품을 인식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