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서 SK하이닉스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초고속 적층 메모리 (HBM)를 생산하는 시대를 연다.
SK하이닉스는 27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의 퍼듀대학교 할로웨이 체육관에서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기공식을 열었다. 미국에서 HBM이 생산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착공은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4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다. 2024년 4월 투자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 38억7,000만 달러였던 투자 규모는 이후 확대됐다. 부지 면적은 약 133.4에이커로 축구장 약 75개에 달하며, 인디애나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경제개발 프로젝트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첫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기공식에서 인디애나 프로젝트가 미국 최초의 HBM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작업이며,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경제·안보에 기여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서 웨이퍼 생산, 미국서 패키징·테스트
인디애나 팹은 D램 웨이퍼를 처음부터 만드는 전(前)공정 팹이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한 최첨단 D램 웨이퍼를 들여와 여러 개의 칩을 쌓고 연결해 HBM으로 완성하는 후(後)공정, 즉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생산기지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메이드 인 USA’ HBM으로 미국 고객사에 곧바로 공급된다. 한국과 미국을 잇는 통합 생산체계를 통해 연간 웨이퍼 수십만 장 규모의 처리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공장은 2028년 10월까지 클린룸을 완공하고,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인 7세대 HBM4E의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곽 사장은 구체적으로 2029년 3분기부터 HBM4E 대량 생산(volume production)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에는 주요 시설 건설에 착수한다. SK하이닉스는 2030년이 되면 인디애나가 미국 내 핵심 HBM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지원 4억5,800만 달러 보조금 + 5억 달러 대출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이 프로젝트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최대 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 미 상무부는 앞서 2024년 12월 이 보조금 지급을 확정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칩스법 재검토 가능성이 거론되고 일부 보조금 조건에 대한 재협상 관측도 나오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변수로 꼽힌다.
팹 인력 1,000명, 직간접 일자리 7,000개
SK하이닉스는 생산기지 가동과 관련 공급망 투자를 통해 팹 인력 약 1,000명이 근무하고, 협력사를 포함한 직·간접 일자리 약 7,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 사장은 현재 100여 개 협력사와 소재·부품·장비 등 현지 공급망 구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디애나 투자를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미국 AI 고객사와의 생산 거리를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서도 무역장벽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산 HBM은 현지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퍼듀대와 연구·개발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해 인재 양성과 공동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젠슨 황은 불참
이날 행사에는 곽노정 CEO를 비롯해 유정준 SK 미주총괄 부회장, 이형희 부회장 등 SK그룹 경영진과 함께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마이크 브런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 연방 상원의원, 미치 대니얼스 퍼듀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다만 일각에서 기대를 모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토드 영 상원의원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가 경제와 국가 안보에 갖는 중요성을 언급하며,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정준 부회장은 SK그룹이 2030년까지 미국에 총 4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인디애나 프로젝트가 그룹 차원의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의 한 축임을 시사했다.
사진 출처: SK하이닉스 제공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서 열린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기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일곱 번째부터 미치 대니얼스 퍼듀대학교 총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마이크 브런 인디애나 주지사)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건설하는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조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