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마무리되었다. 숨 막히는 입시경쟁 속에서 수고한 수험생들과 그들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부모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1%로 OECD 최상위권에 속한다.과열된 교육열이 사회적 부담이지만, 자원이 빈약한 나라가 세계적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동력은 높은 교육수준 때문이었다. 요맘때면 매해 한국은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른다. 한국인의 일생은 25년은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 다음 25년은 자녀를 위해 희생하며, 마지막 25년은 노후를 준비하며 불안감 속에 산다.평생을 생존의 문제로 씨름하며 수고한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 한국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주택문제 하나로 비교해 보면… 30년 전만 해도 가정은 한 사람의 소득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통계를 보면 1995년 광역밴쿠버의 평균 주택가격은 20만 달러 미만이었고, 신축주택도 48만 달러 수준이었다. 당시 평균 가구소득이 약 5만 4천 달러였으니, 무리없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경제적 여유는 삶의 여유로 이어졌고 사회는 안정되었다. 오늘의 상황은 어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맞벌이를 해도 랜트비 3,000불을 내고 생활하면 남는 것이 없다. 주택가격은 임금 상승률을 훨씬 능가하며 자본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 일자리를 찾아 타 주로 인구이동이 일어나고 고물가에 신음한다. 결국 캐나다 시장경제의 구조 자체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캐나다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 생산과 소비, 노동생산성, 인구증가, 경제성장이 적정선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사회 곳곳에는 불안, 박탈감,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이 틈에 캐나다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반기독교적 사회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생존경쟁을 넘어선 생존전쟁 때문이다.
현대 복음주의 신학자 N.T. 라이트는 자본주의가 현실적으로 사회주의보다 우월한 구조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경제 시스템이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선을 반영하지 못할 때‘우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라인홀드 니버 역시 인간의 죄성이 탐욕을 낳고, 탐욕은 결국 구조적 불평등을 제도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혁주의자 칼빈 역시 자본주의 핵심인 돈은 선하지도 나쁘지도 않지만‘우상’이 될수 있음을 지적했다.예수님은 맘몬(Mammon-돈,재물,소유)을 하나님과 경쟁하는 우상으로 말씀하신다. 우상은 너무나 현실적이며 매력적이다. 은밀함 때문에 우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질서 바깥에 있으면“관계를 파괴하고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영적권세(power), 우상화(Idolization) 될수 있다고 라이트는 경고한다. 하나님의 질서를 벗어난 맘몬(돈,부,자본주의…)에게는 인격이 없다. 인간의 마음을 빼앗고 지배할 뿐이다. 공동체 역시 비즈니스적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이 권세가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목격하고 있다.“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Money talks”라는 말은 흔한 사회현상이다. 최근 병원비가 없어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한 한 고등학생의 비극적 이야기, 캐나다 고등학생조차 코인 투기에 몰입한다는 이야기는 큰 충격을 던진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영적 붕괴의 징후다.
성경은 자본주의의 가치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소비가 아닌 절제를, 축적이 아닌 나눔을, 경쟁이 아닌 연대를, 권력추구가 아닌 섬김의 리더십을, 약자를 향한 배려를, 그리고 공동체 전체를 향한 공공선(common good)을….. 하나님 나라는‘더 많이 가지는 자’가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는 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문제는 이 두 가치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는 점이다.“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대다수가 정말 여유가 없다. 현실의 경제구조와 하나님 나라의 가치 사이에서 벌어지는 씨름은 결국 우리 내면에서 영적갈등으로 일어난다. 우린 은행 잔고가 마이너스일 때 마음이 불안해지고 플러스일 때는 마음이 관대해진다. 하나님과 돈이 우리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는지 부끄럽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오늘 우리의 마음에서 더 큰 권세를 행사하는 것은 누구인가? 하나님인가, 아니면 돈인가? 현실이 하나님보다 더 크게 보일 때, 우리는 다시 하나님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다.바라기는 우리 심령 안에서 하나님이 맘몬의 힘보다 더 크게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맘몬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하나님 나라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