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트럭 운송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 부실이 겹친 영세 업체들의 파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대책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0월 1일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은 갤런당 6.39달러다. 1년 전 3.71달러보다 70% 이상 올랐다. 9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6.53달러에서는 소폭 내려왔고, 2일에는 6.37달러까지 낮아졌다.
한 달 새 16곳 파산
물류 전문매체 프라이트웨이브스(FreightWaves)에 따르면 최근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미국 트럭 운송업체 16곳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8곳은 회생을 위한 챕터11을, 7곳은 청산을 위한 챕터7을 택했다. 텍사스의 소코 트랜스포트(Xoco Transport)와 글로브마스터(Globemaster) 등이 챕터11을 신청했으며, 영향을 받은 일자리는 250개 이상이다.
같은 기간 물류·배송·제조·포장업계 전반에서는 약 2,000명이 해고됐다. 아마존 배송 협력사인 텍사스의 4XH 로지스틱스는 230명을, 캘리포니아의 캡스톤 딜리버리는 106명을 줄일 예정이다.
다만 이들 기업이 디젤 가격을 직접 원인으로 든 것은 아니다. 뉴스위크가 검토한 챕터11 서류에는 높은 부채 비율과 오래된 재무난이 드러나 있다. 소코 트랜스포트는 올해 1~7월 60만 9천 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자산은 220만 달러, 부채는 330만 달러였다. 4XH 측은 해고 이유로 아마존과의 계약 상실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취약한 재무 구조에 연료비 급등이 부담을 더한 것으로 본다.
“소비자 전가 불가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 시 교수는 갤런당 6.50달러, 연비 7마일을 기준으로 트럭 한 대가 미국을 가로지르는 데 연료비만 약 3,000달러가 든다고 추산했다. 그는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며 “공급망의 누구도 이 비용 인상을 떠안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는 수확철 농가로도 번지고 있다. 버지니아의 곡물·축산 농민 존 보이드 씨는 콤바인 한 대를 채우는 데 1,000달러 가까이 들고, 옥수수를 부셸당 5달러에 팔아서는 “버틸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스팟 시장에서 중개업체를 통해 일감을 받는 개인 사업 운전사들은 유류할증료를 따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 업체보다 충격이 크다.
수출 금지 검토했다 번복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공급 차질, 러시아의 디젤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인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중단 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젤 수출 금지를 검토했으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수출 금지라는 무딘 도구는 효과가 없다”고 했고,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다른 나라의 보복으로 오히려 미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생각 중”이라고 했다가 2일에는 “수출 금지는 하지 않겠다, 애초에 테이블 위에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대신 G7은 2일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통해 앞으로 4개월간 1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처음 20일 안에 디젤을 상당량 방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요청했다”고 밝혔다.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개스버디의 패트릭 디한 석유분석 대표는 갤런당 10~20센트 인하 효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 수석 에너지 자문은 “방출 일정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디젤이 절반이라 해도 하루 약 40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벤 카힐 연구원은 “정유 능력이 손상된 유량 문제를 비축유 방출로 풀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원책은 주 정부가 앞서
트럭업계를 겨냥한 연방 차원의 지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농업용 적색 경유의 판매를 넓혀 일부 구매자의 연방 연료세(갤런당 24.4센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효과는 없다고 본다.
주 정부는 먼저 움직였다. 조지아는 10월 29일까지 30일간 주 휘발유·경유세를 중단했고, 텍사스는 재난을 선언하고 적색 경유의 도로 사용과 중량 제한 완화를 허용했다. 앨라배마, 오클라호마, 네브래스카 등도 비슷한 조치를 내놨다. 다만 연방자동차운송안전청(FMCSA)은 전자운행기록장치 면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애슐리 힌슨 하원의원은 농민·트럭 운전사 대상 구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부담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트럭업계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