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세금 혜택이 있는 다양한 은퇴 플랜 제도가 있지만, 그 가운데 은퇴 플랜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401(k) 플랜이다. 401(k)는 미국 회사들이 가장 많이 제공하는 은퇴 플랜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 다니는 한인도 가입한 사람이 많다. 내가 급여에서 떼어 납입한 금액에 대해 소득 공제 혜택이 있고 대부분의 회사가 일정 부분 매치를 해주고 있어 급여의 상당 부분을 401(k)에 납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민간 기업이 아니라 연방 공무원들이 가입하는 TSP(Thrift Savings Plan), 지방 정부나 학군, 비영리법인 등에서 제공하는 403(b)나 457 등의 은퇴 플랜도 명칭만 다를 뿐 성격은 모두 유사하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 내 401(k)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주인을 잃고 떠도는 돈이 적지 않다.
의사인 62세 백형진(가명) 씨가 재정 전문가와 재정 상담을 하던 중 401(k)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의사가 되기 전 젊은 시절에 다니던 회사에서 비슷한 은퇴 플랜을 제공하여 급여의 일부를 납입하고 회사에서도 상당한 금액을 매치해 주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가끔씩 명세서를 받고는 했던 것 같은데,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명세서도 오지 않는 데다, 급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하던 일에 매달려 살다 보니, 이제 기억도 희미해졌고 관심도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다니던 회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어 어디에 가서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도 알 수가 없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관리 회사를 찾아 여러 번 연락했으나, 찾아서 연락해 주겠다는 대답 뿐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지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의외로 주변에 이런 분들이 적지 않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있는 401(k)가 어느 정도 금액이 되었는지 모르는 건 둘째 치고 401(k) 계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이 희미해진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퇴사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이를 일깨워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본인이 잘 챙기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정당한 내 돈을 되찾아오는 데도 큰 노력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혹시 다니던 회사가 파산이라도 한다면, 파산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손을 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퇴사한 직원에게는 별도의 관리 비용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어, 금액이 생각보다 적은 경우도 많다. 한 마디로, 내 돈인데도 내 손을 떠난
돈이 된 것이다. 그래서 회사를 옮길 때는 가능하면 이전 회사의 401(k)를 롤오버(Rollover)하는 것이 좋다. 롤오버는 은퇴 계좌의 재산을 세금 벌금 없이 다른 은퇴 계좌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데,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401(k)는 새 회사의 401(k)로 롤오버할 수도 있고, 개인 은퇴 계좌인 IRA나 Roth IRA로 롤오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새 회사 401(k)보다 IRA로의 롤오버를 많이 선택하는데, 여기에는 뚜렷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내 손을 떠난 돈의 통제권을 완전히 되찾아올 수 있다. 여기저기 전 직장들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 관리가 어려웠던 자산들을 내가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IRA 계좌로 모아, 내 눈으로 직접 관리하며 일목요연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은 다양한 투자나 저축 옵션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직장 401(k) 플랜은 지정된 소수의 뮤추얼 펀드만 골라서 투자해야 하므로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IRA는 수익률, 투자 위험, 관리 비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본인의 은퇴 시기나 투자 성향에 맞는 최적의 투자 상품을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은퇴가 가까워진 시점이라면, 원금 손실 위험은 없으면서도, 상당한 수익 잠재력과 안정적으로 보장된 노후 수입을 제공하는 인덱스 어뉴이티(Indexed Annuity) 같은 상품도 택할 수 있다. 직장에 따라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한 나이(대개 59.5세) 이상이 되면, 롤오버를 허용하는 은퇴 플랜도 있다. 이런 경우, 바로 앞에서 말한 다양한 투자 옵션, 특히 인덱스 어뉴이티를 이용하기 위해 은퇴 계좌의 자금 일부를 IRA로 롤오버하여 은퇴 계좌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편, “401(k)에서 돈을 빼면 20%를 원천 징수한다면서요”, “401(k)에서 돈을 빼면 세금도 내야 하고, 페널티도 낸다면서요” 등의 정확하지 않은 “카더라” 성 소문 때문에 세금 관련 불이익을 우려해 롤오버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401(k)와 IRA 모두 세금 유예(Tax-Deferred) 혜택을 받는 은퇴 플랜이므로 은퇴 후 인출 시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은퇴 플랜 간 이체를 잘못 처리하면 일시적인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를 통해 금융기관끼리 직접 자금을 주고받는 직접 롤오버(Direct Rollover) 방식을 이용하면, 복잡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세금 부담도 없이 기존의 세금 유예 혜택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옮길 수 있으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혹시 당신이 과거에 땀 흘려 일하며 묻어두었던 소중한 은퇴 자금이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주인을 잃고 잠들어 있지는 않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 손을 떠나 방치되어 있던 은퇴 자산을 내 통제권 안으로 안전하게 패스해 오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노후 준비의 진짜 시작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상담이 필요하시면 김선민, CFP(R),공인 재정 플랜 전문가에게 문의(703-618-0304)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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