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역에서 주택소유주협회(HOA) 관리비가 급격히 상승하며 주택 소유주들의 재정적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과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3~5% 안팎으로 인상되던 HOA 회비는 최근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기관 투자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 예비비 고갈 등의 악재가 맞물리며 연평균 10~15% 이상의 이례적인 폭등세를 기록 중이다.
부동산 통계 분석 매체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에서 HOA 가입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랄리 메트로 지역의 경우 전체 주택 소유주의 53.7%가 HOA 의무 가입 커뮤니티에 거주해 미국 내 거주 비율 상위 6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높은 가입률은 최근 발생한 관리비 폭등 사태가 일부 가구의 문제가 아닌 주 전체 소유주들의 보편적 민생 위기로 직결되는 배경이 됐다.
이 같은 주 전체의 가파른 인상 추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선례가 카토바 카운티 셰릴스 포드의 ‘매그놀리아 코브(Magnolia Cove)’ 단지다. 해당 단지의 주택 소유주들은 최근 월 관리비가 기존 350달러에서 1,250달러로 무려 3.5배 이상 급등하는 기습 인상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각 가구당 10,000달러에 달하는 특별 분담금(Special Assessment)까지 추가로 부과됐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월 158달러 수준이던 회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은퇴자 중심의 실거주 주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 파탄 위기에 직면했다. 주민들은 조경 관리와 단지 내 수영장 조성을 조건으로 관리비를 지불해 왔으나 계약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총 80채 규모의 이 단지는 현재 실제 실거주 소유주가 20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물량은 개발업자에 의해 임대 주택으로 전환된 상태다.
주민 질 멘슨(Jill Menson)은 “이 일이 내 삶을 완전히 망치고 있어 밤마다 눈물로 지샌다”라며 “우리가 분양 계약서에 서명할 때 약속받았던 단지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HOA 측 법률 대리인인 H. 웰던 존스 3세 변호사는 “상당수의 소유주가 관리비를 장기 연체하거나 고의로 납부하지 않아 단지 운영 자금이 완전히 고갈됐다”라며 “그동안 부족한 예산은 개발업자가 사비로 충당해 왔으나, 정상적인 단지 관리를 위해 전격적인 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투명하지 못한 자금 운영과 일방적인 투표권 제한을 이유로 법원에 증액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히 맞섰다.
■ 기습 인상 폭탄 앞에 선 주민들… 현실적인 대안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HOA의 독단적인 관리비 인상에 직면했을 때 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과 법적 권리가 존재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강력한 방어 카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가 통과시킨 ‘HOA 개혁 법안(House Bill 444 등)’이다. 새 법안에 따르면 HOA 이사회가 연간 예산을 10% 이상 인상하거나 회기 중 5%를 초과하는 추가 분담금을 부과할 경우, 반드시 주민 과반수의 동의 투표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연대해 투표권을 행사하면 일방적인 폭등 처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
둘째로 ‘회계 장부 상시 열람권’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법적으로 HOA는 연도 마감 후 75일 이내에 연간 수입·지출 내역서를 주민에게 제공해야 하므로, 자금 오남용이 의심될 경우 상세 예산 집행 내역(Line-item budget) 공개를 압박해야 한다. 불법 행위 징후가 포착되면 주 법무부(DOJ) 민원 창구를 통해 정식 조사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출 구조의 ‘구조조정’과 ‘이사회 정권 교체’다. 주민 총회 표 대결을 통해 불투명한 운영을 일삼는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고 실거주 주민 중심의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새 이사회는 조경, 청소, 시설 유지보수 업체의 계약을 공개 입찰(Bidding) 방식으로 전환해 고정 지출을 감축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수선비가 필요할 경우 특별 분담금을 일시 부과하는 대신 HOA 명의의 공동 대출(Line of Credit)을 일으켜 장기 분할 상환함으로써 주민들의 일시적 재정 충격을 분산시키는 대안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매그놀리아 코브 사건은 지분 과반을 쥔 개발업자의 횡포가 맞물려 발생한 분쟁”이라며 “주민들이 법이 보장하는 투표권과 사전 법적 조정(Mediation)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습 인상 폭탄을 억제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