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미국에서 두 번 째로 큰 교육구인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LAUSD)의 신규 이민학생 등록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주거비 상승과 출산율 저하로 수년간 이어져온 학생 수 감소 추세에 더해, 올해 들어 강화된 이민 단속과 그에 따른 공포가 확산되면서 교육 현장이 한층 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재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 경우 교육구 운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들린다.
전체 학생 수 감소… 이민자 학생은 더 큰 폭으로 줄어
LAUS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26학년도 현재 산하 783개 학교에 등록된 학생 수는 39만8487명이다. 이는 2024-25학년도(40만8083명)보다 9596명, 2023-
24학년도(41만9749명)와 비교하면 2만1262명이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이민자 학생 감소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영어 학습자(English Learner) 수는 전년도 약 7만5000명에서 6만2000명으로 급감했으며, 대다수는 히스패닉계 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LAUSD의 영어학습자 수는 2018년 만 해도 15만 7000명을 넘었으나, 7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교육구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광범위한 단속을 지목하고 있다.
알베르토 카르발류 LAUSD 교육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학생 수 감소는 지속적인 이민 단속이 만들어낸 공포와 불안정한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가정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지역사회에 계속 머물 경제적 여력이 없을 경우 학교에 등록하거나 남아 있으려는 선택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LAUSD는 학생 수 감소로 연간 약 1억4000만 달러의 예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교 현장까지 번진 ICE 공포
LAUSD, LA 시 및 주 정부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이민 단속 강화 기조에 맞서 학교 캠퍼스 내 단속을 막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주의회 차원의 관련
입법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4월, ICE 요원들이 LAUSD 산하 초등학교 두 곳에 나타나 학생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캠퍼스 진입을 시도하면서 불안은 현실이 됐다. 당시 해당 학교들은 ICE 요원들의 출입을 거부했지만, 교육구에 따르면 6월 이후 학교 밖에서는 최소 4명의 LAUSD 소속 학생들이 체포돼 구금됐다. 다행히 이 가운데 한 명은 석방됐으나 다른 학생들 중 2명은 이미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밴나이스고등학교 졸업반인 벤자민 게레로-크루즈(18)는 지난 8월 8일 반려견과 산책 중ICE에 체포돼 애리조나 이민구치소 등으로 이송됐다가, 구금 4개월 만인 지난 11일 연방법원의 석방 명령으로 풀려났다. 반면 토런스에 거주하던 9세 초등학생과 LA 출신 고등학생은 각각 온두라와 과테말라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이민자 학생 이탈
이민자 가정 학생 감소 현상은 LA에 국한되지 않는다. UCLA 민주주의·교육접근성연구소(IDEA)가 전국 600명 이상의 고등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과 인터뷰에 따르면 응답자의 63.5%는 이민 관련 정책이나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이민자 가정 학생들이 결석한 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57.8%는 학기 중 이민자 부모나 보호자가 지역사회를 떠났다고 밝혔다.
대응 조치도 늘고 있다. 조사 대상 학교의77.6%는 연방 요원 방문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마련했으며, 절반 이상은 보호자가 추방될 경우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 계획을 수립했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이민자 가정 학생 지원 방법을 교육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응답도 44.8%에 달했다.
한편 학교 내 적대적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교장의 35.6%는 이민자 가정 학생을 겨냥한 괴롭힘 사례를 보고했으며, 일부 학생들이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서류를 보여달라”,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유학생 감소로 고등교육·경제에도 영향
이민 정책의 영향은 공립 초·중등학교를 넘어 대학가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무부 산하 비영리 교육기관 국제교육원(IIE)이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26학년도 미국 내 대학에 등록한 유학생 수는 117만7766명으로 집계됐다.
학위 과정별로는 학부 유학생이 전년 대비 4% 증가한 35만7231명인 반면, 석·박사 과정은 3% 감소한 48만8481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유학생 수도 전년도 대비 7% 줄어든 27만7118명으로, 특히 석·박사 과정은 무려 15% 감소했다. 관계자들은 까다로워진 비자 심사와 발급 지연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유학생 수는 인도(36만6019명)가 가장 많았고, 중국(26만5919명), 한국(4만2293명), 캐나다(2만9903명), 베트남(2만5584명) 순이었다. 한국의 경우 전년
대비 2%, 중국은 4% 감소했다.
연방 상무부는 유학생들이 2024년 기준 55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35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게이트웨이 아카데미 에스더 김 원장은 “우수한 인재 유치를 위해서라도 미국은 유학생들에게 더 개방적인 필요가 있다”며 “비자나 이민정책 때문에 미국을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학생이 늘수록 경제와 학문 전반의 성장도 함께 둔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