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연방법원이 국세청(IRS)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납세자 주소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예비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IRS가 세금조사와 무관한 이민 단속 목적을 위해 납세자 정보를 넘기는 것은 연방법(Internal Revenue Code §6103)의 기밀 규정 위반이며, 설명 절차 없이 정책을 변경한 점은 ‘자의적·임의적(arbitrary and capricious)’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올해 들어 가속화된 연방정부의 대규모 이민단속 정책의 핵심 축 중 하나가 제동이 걸린 것으로, 최대 128만 명에 이르는 자료 요청이 이미 이뤄졌던 점에서 그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공익단체 Center for Taxpayer Rights, Main Street Alliance, 그리고 연방 노동조합 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CWA) 등이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IRS가 지난 4월 DHS·ICE와의 데이터 공유 절차를 마련한 뒤, 8월에는 약 47,000명의 납세자 마지막 신고 주소(last known address)를 ICE에 제공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ICE는 당초 약 1백28만 명(1.28 million)에 대한 주소 자료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olleen Kollar-Kotelly 연방판사는 결정문에서 “IRS는 수십 년간 유지해온 기밀 유지 관행에서 이탈하면서도 정책 변경 이유·영향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행정절차법(APA)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한 기밀 규정을 명시한 세법(§6103)의 취지를 고려하면, 민사적 이민 단속을 위해 광범위한 주소 정보를 넘기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 원고 측은 IRS의 정보 공유가 단순한 행정 데이터 제공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이민단속·추방 집행으로 직결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주소가 ICE에 제공된 개인·가족은 가택단속, 직장 체포 및 추방 절차에 노출될 수 있으며, 법원도 이러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irreparable harm) 가능성을 인정했다.
또한 IRS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무 지원을 제공해 온 저소득층 세무클리닉(Low Income Taxpayer Clinics) 등 지역 비영리 단체는, 납세자들이 두려움을 느껴 서비스 이용을 꺼릴 경우 연방 보조금 기준 미달로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민자들이 세금 신고를 기피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보고도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정부 서비스와 개인 정보를 연결하는 신뢰가 무너지면, 세금 신고율과 납부율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전체 세수 감소와 공공서비스 축소로 이어지는 연쇄 피해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미국 내 한인 사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지 않다.
특히 ▲영주권·비자 갱신 중인 이민자 ▲주소 변경 신고가 잦은 자영업자 ▲고령층 납세자 ▲세무 대행 서비스 이용이 많은 저소득층 한인들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소 제공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ICE의 집행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체포·출석 통지 등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세무 신고 기피 증가:
일부 한인 납세자들이 “정보가 다시 어디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게 되면서 신고를 미루거나 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커뮤니티 기반 서비스 악영향:
무료 세무 지원 프로그램, 노년층 지원단체 등은 이용자 감소로 예산 축소가 발생할 수 있다.사업자 정보 노출 우려 확대:
사업체 주소·연락처가 좌표로 사용될 경우, 영주권·비자 신분이 혼재된 가족 구성원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금지명령은 예비적 조치로, 향후 본안 소송 또는 행정부의 항소 여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민 정보 공유를 축소했던 IRS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돌연 방향을 바꾼 점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은 납세자 정보와 이민단속을 연결하려는 시도에 사법부가 강한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항소하더라도 쉽지 않은 법적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행정부가 관련 법령 개정 또는 규정 재해석을 시도할 경우, 향후 더 큰 정책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질적 조치를 권고했다.
IRS 계정(온라인)에 로그인해 신고 주소·이메일·연락처가 정확한지 확인
단속 정보 공유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
무료 세무 클리닉·한인 비영리단체에서 관련 교육·세무 지원 프로그램 활용
정책 변화 및 소송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