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9일 포고문 발표…100만달러 기부 ‘골드 카드’ 신설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H-1B 비자 제도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매년 신청시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이날 포고문(proclamation)에 서명하며, “기술 산업계도 이번 조치를 환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워드 루트닉 연방상무장관은 “대기업 모두가 동의했다”며 수수료 규모를 확인했다.
H-1B 비자는 1990년 도입돼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등 인재 충원이 어려운 분야에서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이 제도가 기업이 값싼 해외
노동력을 활용하는 통로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해외 근로자는 연 6만 달러 수준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반면, 미국내 기술 인력은 1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날 트럼프는 100만 달러 기부금을 납부하면 일정 심사를 거쳐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 가능 경로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자 상품인 ‘트럼프 골드 카드’도 공개했다. 기업용 패키지는 200만 달러가
필요하다. 또 ‘트럼프 플래티넘 카드’는 500만 달러 기부시 발급되며 최대 270일 동안 미국 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체류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월 투자 비자를 대체하기 위해 발표한 ‘500만 달러
골드 카드’를 한 단계 격상한 것이다.
한편 H-1B 제도는 해마다 8만5천건의 비자를 추첨 방식으로 배정한다. 올해 아마존이 1만건
이상으로 가장 많은 비자를 받았으며 타타 컨설턴시(Tata Consultancy),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많은 H-1B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다.
비판자들은 이 비자가 고급 기술직보다는 초급 직무에 많이 사용되고 기업들이 낮은 직무 등급을
적용해 실제 경험과 능력을 과소평가된 임금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헬프데스크, 프로그래밍 등 단순 업무를 인도계 기업 위프로·인포시스·HCL·타타 컨설턴시나
IBM·코그니전트 같은 컨설팅사에 외주 주는 사례가 많다. 이들 기업은 외국 근로자를 고용해 미국
기업에 재파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연방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국(USCIS) 국장을 지낸 더그 랜드 전 국장은 “H-1B
제도는 사실상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절반은 장기 고용을 통해 이민자의 시민권 취득으로
이어지지만, 나머지는 사실상 ‘인력 임대업’을 위한 몫”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비자 추첨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는데, 이는 일부 기업들이 허위나 중복 신청으로 추첨 확률을
높이려 한 ‘꼼수’를 단속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USCIS는 올해부터 동일 지원자가 여러 제안을 받아도 추첨 기회는 한 번만 주기로 했다.
노동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개혁이 미흡하다”며, 무작위 추첨 대신 높은 임금을
제시한 기업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시절부터
주장해 온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