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북동부의 문 닫은 민영 교도소를 개조해 올해 안에 동부 해안 최대 규모의 이민자 구금시설 중 하나를 열려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 전역에서 반발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3일 ICE 내부 문서를 입수해, 허트포드 카운티에 있던 옛 ‘리버스 교정시설(Rivers Correctional Institution)’을 2026년 말까지 구금시설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세계 최대 민영 교도소 운영업체 중 하나인 GEO그룹 소유로, 약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개설될 경우 노스캐롤라이나주 최초의 전용 ICE 구금시설이자 동부 해안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형 시설이 된다.
주민들은 최근 몇 주 사이 굳게 닫혀 있던 시설 정문 안쪽으로 트럭이 드나들고 인부들이 오가며 새 울타리가 세워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주 경계와 가까운 윈턴 마을에 위치한 이 시설은 2001년 워싱턴 D.C. 교정국 수감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이후 GEO그룹이 연방교정국과 계약을 맺고 운영해왔다. 그러나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의 민영 교도소 계약을 종료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문을 닫았다.
폐쇄 전 이 시설은 성적 비위, 폭력, 마약 양성 반응, 밀수품 적발 비율에서 전국적으로 높은 축에 속했다는 2016년 연방 보고서가 있을 만큼 열악한 운영 이력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ICE는 리버스 시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구금 수용 능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만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다만 GEO그룹은 최근 이 시설에 ‘시설 유지관리 매니저’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으며, 초봉은 연 7만 2,800달러로 제시했다.
주지사부터 카운티 주민까지, 커지는 반대 목소리
조시 스타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지난 24일 SNS를 통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윈턴에 계획된 ICE 구금시설은 주 소유가 아니며, 나는 이 거래를 승인한 적이 없다”며 “많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처럼 나 역시 우리 주에 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ICE와 국경순찰대는 우리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대 여론은 문서가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형성돼 있었다. 지난 3월에는 리버스 시설의 구금시설 전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아호스키 마을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위가 열렸고, 지난 2월에는 시위대 수십 명이 GEO그룹의 샬롯 밸런타인 지역 사무실 앞에 모여 항의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2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 앞에 약 200명이 모여 의원들에게 시설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허트포드 카운티 위원인 리로이 더글러스는 최근 텍사스와 메인주에서 발생한 ICE 요원의 치명적 총격 사건들이 일부 주민들을 더욱 강경한 반대로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2021년 시설 폐쇄로 일자리를 잃었던 이들을 포함해 여전히 시설 재개장에 찬성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리버스 교도소는 폐쇄 전 약 300명을 고용했으나, 이번에 몇 명이 다시 고용될지는 불확실하다.
허트포드 카운티 정부는 지난 2월 공식 입장에서 “리버스 교정시설은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운영 시설로, 그 용도나 운영에 관한 결정은 연방 차원에서 이뤄지며 카운티 정부나 위원회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ACLU의 정책·옹호 담당 이사 리즈 바버는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허트포드 카운티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취약계층의 고통에 기댄 일자리가 아니라, 농촌 지역사회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뒷받침할 존엄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허트포드 카운티의 빈곤율은 약 23%로 주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ACLU 소송이 드러낸 전국·주 단위 확장 계획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지난 1월 ACLU와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지부가 정보공개청구(FOIA) 소송을 통해 공개한 문서가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ICE는 전국적으로 신규 구금시설 후보지 7곳을 검토 중이며, 이 중 최소 2곳은 폭력과 성적 학대, 부패 이력이 있는 옛 교정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주와 관련해서는 리버스 시설 외에도 그린스보로 인근에서 밥티스트 그룹이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 ‘그린스보로 구금시설’이라는 미확인 시설, 그리고 과거 미동반 미성년 이민자 수용시설로 쓰였던 옛 아메리칸 히브루 아카데미 부지가 후보로 거론됐다. 문서는 상당 부분이 가려진 채 공개돼 구체적인 위치나 진행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ACLU 노스캐롤라이나 지부의 미셸 델가도 변호사는 “ICE는 비밀주의에 의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소송을 통해 입수한 문서에는 우려스러운 확장 계획이 드러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연방 단속 계획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이러한 결정이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ACLU는 이 시설들이 모두 개설될 경우 현재 7만 명이 넘는 ICE 구금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2026년 첫 3주 동안에만 ICE 구금 중 사망자가 6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2025년 샬롯에서 시작돼 전국적 화제가 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 ‘오퍼레이션 샬롯의 거미줄’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의 의견은 팽팽히 갈렸는데,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정부의 추방 정책이 “너무 과하다”고 답했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충분하지 않다”고 답해 이 문제를 둘러싼 여론의 간극을 보여줬다.
한편 이번 보도는 ICE가 전국 각지의 창고 건물을 매입해 구금시설로 전환하려던 대규모 계획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작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금 수용력 확대 의지만큼은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버스 시설의 실제 개설 여부와 시점은 ICE와 GEO그룹 간 계약 협상 결과에 달려 있으며,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현장에서 확인되는 공사 정황과 채용 공고 등은 계획이 상당히 구체화된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