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역의 여러 공항과 항만들이 연방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DHS)가 요청한 정치적 성격의 동영상을 상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15일 CBS 뉴스 등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셧다운은 10월 1일부터 시작돼 정부 재개 방안을 두고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15일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만료 예정인 건강보험 세액공제(health insurance tax credit)의 연장을 요구하고 있틑데 반해 공화당 지도부는 “정부를 먼저 재개해야 한다”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셧다운 기간에도 연방교통안전청(TSA) 소속 운항안전요원과 항공관제사는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급여 없이 근무를 이어가고 있으나 병가 증가로 인한 인력 부족이 일부 공항의 항공편 지연과 취소로 이어지고 있다.
DHS가 배포한 영상에서 크리스티 노엠 DHS 장관은 “연방의회의 민주당이 연방정부 예산안 통과를 거부함에 따라 여러 부서의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대부분의 TSA 직원이 급여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여행 지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민주당이 조속히 정부 재개의 중요성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DHS 대변인에 따르면, 영상은 지난 9일부터 일부 공항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수의 공항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상영을 거부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항만공사 대변인은 CBS뉴스에 “현재 형태의 영상을 송출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며 “공공 자산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연방 ‘해치법(Hatch Act)’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리건주법 역시 공무원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공항 자산을 이용한 영상 상영은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치법(1939년 제정)은 연방정부 사업의 비당파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로, 공공시설을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워싱턴주 시애틀항만공사 역시 시애틀-타코마국제공항(SEA)에서 “정치적 성격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영상을 상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EA는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노력을 촉구하며 무급으로 일하는 연방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뉴욕·뉴저지항만공사(PANYNJ)는 JFK·라과디아·뉴왁 리버티 공항을 포함한 모든 시설에서 영상을 상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PANYNJ 대변인은 “공항의 오랜 방침상 정치적 메시지는 송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오클랜드-샌프란시스코만 공항 ▲샌호세 미네타 국제공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애리조나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더글러스 국제공항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공항 ▲시카고 오헤어·미드웨이 공항 등도 영상 송출을 거부했다.
보스턴 공항을 관리하는 매사추세츠항만청 역시 “TSA 구역내 영상 송출 시설이 없으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은 성명에서 “공항의 정책상 정치적 성격의 메시지는 금지되어 있으며, 해당 영상은 상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샬럿 더글러스 공항도 “노스 캐롤라이나주 지방자치법과 공항의 디지털 콘텐츠 정책상 이 영상을 재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켄 젠킨스 행정관은 성명에서 “이 영상은 부적절하고 용납될 수 없으며, 국가 공직자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적 불안정 상황일수록 협력과 준비가 중요하다”며 “이런 정치적 메시지는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은 정직하고 초당적인 소통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리샤 맥러플린 DHS 차관보는 성명에서 노엠 장관의 메시지를 반복하며 “현재 보안 운영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공항의 상영 거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