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의 하나인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고등교육 학문적 우수성 협약 참여를 거부했다.
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MIT는 해당 협약이 “표현의 자유와 대학의 독립성을 제한할 수 있는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MIT는 지난 10일 린다 맥마흔 연방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 사본을 공개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자금 지원 확대를 조건으로, MIT를 포함한 주요 9개 대학에 협약 참여를 제안했다. 10월 1일부로 각 대학에 발송된 문서에는 입학 정책, 여성 스포츠, 표현의 자유, 학생 징계,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등과 관련해 백악관의 우선 순위를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담겼다.
협약에 서명할 경우 “다양한 긍정적 혜택”, 특히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연방 보조금”과 “가능한 범위 내 간접비 인상”이 제공된다고 제안서에는 적시돼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미국 대학내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조사와 병행되는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이 협약은 대학들이 정부의 ‘성(gender) 정의’를 받아들여 이를 화장실, 탈의실, 여성 스포츠팀 등에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인종, 성별 등 다양한 학생 배경을 입학 평가에서 고려하지 말고 모든 학부 지원자에게 SAT나 ACT 시험 응시를 의무화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10쪽 분량의 협약안은 MIT 외에도 다트머스대, 브라운대, 밴더빌트대, 펜실베니아대, 서던 캘리포니아대(USC), 텍사스대, 애리조나대, 버지니아대 등 미국내 주요 공·사립 명문대에 발송됐다.
대상 선정 기준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각 대학은 10월 20일까지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 11월 21일까지 최종 결정을 통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MIT는 이번 9개 대학 중 처음으로 협약을 공식 거부한 학교가 됐다.
한편 다트머스대와 브라운대 학생·교직원들도 학교 측에 협약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시안 리아 베일록 다트머스대 총장은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다트머스의 학문적 사명과 가치에 깊이 헌신하고 있으며 대학의 독립성을 언제나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등교육이 완벽하지 않으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학문의 자유와 자율적 운영 원칙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팩슨 브라운대 총장은 11일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내고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팩슨 총장은 “브라운대는 10월 20일까지 협약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이 초청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공동체로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주부터 많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수·학생 대표기구 등에서 의견을 모아 공유해 주길 바란다”면서 “브라운대의 향후 방향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시각에 기반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