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의 도미니카, 기술의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언제나 세계 야구의 힘의 균형을 시험하는 무대다. 그리고 이번 2026 WBC 준준결승에서 한국이 마주한 상대는 가장 거대한 벽 가운데 하나인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많은 전문가들이 도미니카의 손을 들어준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스타 타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타선은 말 그대로 장타의 군단이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몇 분 사이에 경기의 흐름을 뒤집어버리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야구는 숫자와 이름값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도미니카가 파워 야구의 상징이라면, 한국은 정교한 기술 야구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홈런 한 방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기보다는 안타 하나, 주루 하나, 번트 하나를 통해 점수를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어쩌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오히려 더 무서운 방식이기도 하다. 야구 역사에서 약자가 강자를 넘어선 순간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에서 나왔다. 2006년 제1회 WBC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꺾었을 때도 그랬다. 세계 최강 타자들을 상대로 한국은 화려한 장타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 대신 투수력과 수비, 그리고 집중력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계 야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도미니카와의 준준결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기의 첫 번째 분수령은 초반 이닝이다. 도미니카 타선은 경기 초반 장타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능력이 탁월하다. 만약 한국 투수진이 초반 몇 이닝을 안정적으로 버텨낸다면, 경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이다. 한국 야구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화려한 스윙보다 필요한 순간에 한 방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리고 상대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는 끈질김이다.
세 번째는 수비와 불펜이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해 온 이유는 바로 안정된 경기 운영 때문이다.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화려한 장타보다 실수를 줄이는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현실적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은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다. 그들의 타선은 어느 팀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러나 야구의 묘미는 바로 그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단 한 번의 병살, 단 한 번의 적시타, 단 한 번의 호수비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그래서 야구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기 전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마이애미에서 펼쳐질 이번 준준결승은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야구가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어떤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강한 팀이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집중하는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 그것이 바로 야구다. 야구공도 둥글고, 야구배트로 둥글기에 그리고 그 야구가 또 한 번의 이야기를 헐크 이만수 감독과 함께 응원하며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김종훈의 야구칼럼>
사진설명: 삼성 라이온즈의 ‘원 클럽맨’이자 구단 최초 영구결번의 주인공인 이만수 전 선수가 한국 야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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