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오랜 기간 지속된 해외 입양 제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발표는 해외 입양과 관련된 과거의 구조적 문제와 국제적 비판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26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해외 입양을 5년 안에 사실상 중단하고, 2029년까지 승인 건수가 ‘0’에 가까워지도록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2025년 승인된 해외 입양 건수는 24건에 불과해 과거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정부는 입양 제도를 민간 중심에서 공적 시스템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있으며, 국내 입양 활성화와 아동 복지 강화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해외 입양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복지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유엔 인권 조사관들의 비판과 맞물려 있다. 유엔은 한국이 해외 입양과 관련된 진상 규명, 피해자 보상 및 기억화(기념 활동 등)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사관들은 특히 허위 문서로 입양된 사례와 관련해 정부의 효과적인 구제책 부재를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 것은 1984년 요우리 김(김유리) 씨의 입양이다. 당시 김 씨는 버려진 고아로 허위 기록된 뒤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됐으며, 이후 신체적·성적 학대를 겪었다고 보고됐다. 김 씨는 유엔에 청원을 제출하며 한국과 프랑스 정부, 입양 기관 등에 책임을 묻는 국제적 캠페인을 벌여 왔다.
유엔 조사단은 이러한 사례들을 포함해 정부가 과거 입양 관련 인권 침해에 대한 충분한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 조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진실 규명 조사 일부를 중단한 점과 허위·부정확한 기록 정리에 대한 구체적 대책 부재를 문제로 꼬집었다.
1970~1980년대에는 한국의 해외 입양이 연간 수천 건에 이르렀으며, 당시 절차는 종종 부모 동의 없이 이루어지거나 허위 문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일부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관행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일부 사례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와 보상을 권고했지만, 수백 건 이상의 사례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일부 인권 운동가와 법률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진상 조사 및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11년 사법 감독 제도 복원 등 과거 입양 제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시행해 왔다고 설명했으나, 유엔과 인권 단체들은 재발 방지와 보상 확대를 위한 구체적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향후 국회 입법 과정 등을 통해 진상 규명 기구 재출범과 보상 체계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정치권 내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