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은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발표한 ‘Open Doors’ 보고서를 인용해 올 가을 미국으로 새로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이 전년 대비 17%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학생 비자 단속이 본격화된 후 처음 대학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번 감소는 2024-25학년도 7% 감소에 이어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 학년도에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중국 유학생이 크게 줄면서 전체 신규 유학생이 감소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고등교육과 이민 정책 모두를 공격하면서 전국 대학들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여름 비자 면접 한 달간 중단, 이후 심사 강화
보도에 따르면 지난 여름 트럼프 행정부는 한 달간 비자 면접을 중단하도록 명령했고, 이후 심사를 강화하고 면접 약속 수도 줄였다. 이로 인해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미국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정책이 대학 재정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전액 등록금을 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들은 2024년 미국 경제에 약 550억 달러, 한화로 약 77조원을 기여했다.
대학들, 절반 이상이 입학 연기 허용
그럼에도 대학들은 여전히 외국인 지원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보고서 조사에 참여한 대학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학생들의 내년 가을 입학 연기를 허용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이들 학생 모집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참여 대학의 80% 이상이 캠퍼스에 국제 학생들의 다양한 관점이 있는 것을 가치 있게 평가했다. 또한 60%는 이들의 재정적 기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의 학문적, 재정적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이중적 태도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중적인 태도도 지적했다. 지난주 트럼프는 외국인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은” 관행이라고 말하며 유학생 수를 줄이자는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는 그의 행정부가 실제로 시행해온 국제 학생 대상 정책과는 명백히 대조적인 발언이다.
학부 증가와 대학원 급감의 상반된 추세
보고서에 공개된 2024-25학년도 데이터를 보면 신규 외국인 입학 감소는 트럼프의 2기 임기 시작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학업 수준에 따라 변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신규 학부생은 오히려 5% 증가한 반면, 신규 대학원생은 15%나 급감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대학원생 감소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대학원생들은 연구 활동의 핵심이며, 특히 STEM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도가 중국 제치고 1위 유지, 중국은 4% 감소
국가별로 보면 인도가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낸 국가로 전년도부터 이어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24-25학년도에 미국에 있는 인도 학생은 36만3천 명 이상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약 26만6천 명으로 4% 감소하며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유학생 감소는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OPT 프로그램 참여자는 21% 증가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선택적 실습 훈련(OPT)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제 학생 수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OPT는 F-1 비자를 가진 국제 학생들이 전공 분야와 관련된 직업에서 임시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프로그램이다.
특히 국제 학생의 절반 이상이 STEM 분야를 전공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테크 부문의 채용이 계속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학생들이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체 유학생은 120만 명으로 5% 증가
블룸버그는 신규 입학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24-25학년도 미국 내 전체 외국인 학생 수는 5% 증가해 약 120만 명에 달했다. 이는 기존 재학생들이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국제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의 유학 목적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신규 입학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전체 유학생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Open Doors 보고서란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Open Doors’는 미국 국무부가 후원하고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데이터 프로젝트다. 1919년부터 국제 학생을 연구해온 비영리 단체인 국제교육연구소(IIE)가 이를 지원한다. 이 보고서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한인 유학생도 영향권
블룸버그의 이번 보도 내용은 한국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자 심사 강화와 면접 약속 감소는 한국 학생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15% 감소세는 한국에서 미국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학부 입학은 5% 증가하고 있어 학부와 대학원 간 상반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학생들 역시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와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비자 절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특히 대학원 진학을 계획한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