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뱅크, CA=김선엽 기자] 집주인 몰래 위조 서류로 명의를 옮기고 그 집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달아나는 ‘부동산 명의 도용(deed fraud) 사기’에 대한 경고가 미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대출·에스크로·공증 등 거래 전문가들이 연루된 것으로 기소된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는 모르는 사이에 시작된다
부동산 명의 도용이란 범죄자가 집의 소유권을 자기 이름이나 가짜 신분으로 불법 이전하는 부동산 사기를 말한다. 위조 증서를 카운티 등기소에 올리면 서류상으로는 사기범이 소유주가 된다. 문제는 등기소가 서류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등기소는 법적으로 ‘순수 행정직’으로 분류돼 서류의 진위를 판단할 권한이 없고, 기재 기준을 충족하는 문서는 위조 의심이 있어도 접수해야 한다. 피해자는 예상치 못한 세금 고지서나 대출 통지를 받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 신분 도용과 전문가 연루 사건
연방 당국이 올해 3월 적발한 이른바 ‘하드 머니 작전(Operation Hard Money)’이 대표적이다. 연방검찰은 약 4년의 수사 끝에 노인 주택 소유자를 노린 조직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법은 피해자 신상으로 소유 주택의 권원 보고서를 확보한 뒤 대출을 받는 것이었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시도한 금액은 1740만 달러, 실제 편취액은 약 600만 달러다. 피해자는 모두 70세 이상으로, 담보나 부채가 없는 주택을 소유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 2월에는 버뱅크의 150만 달러 주택 사건으로 에스크로 업체를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인 등 3명이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이 2023년 말~2024년 1월 피해 집주인과 가짜 매수인의 신분을 도용해 약 97만 5천 달러의 대출금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이 위조 신분증, 매매계약서, 증서, 대출 신청서를 만들고 증서를 허위로 공증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모기지 브로커로서 대출 신청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피의자 1명은 도주 중이다. 피의자들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대출 전문가와 부동산 중개인이 연루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연방검찰은 2022년 중개인 2명과 대출 담당자가 최소 30건, 1천만 달러 이상의 허위 정보 대출을 받게 했다며 기소했고, 이 중 한 명은 중개인이면서 공증인이었다. 다만 이 사건은 대출 사기이며, 이번에 거론된 ‘집주인 몰래 소유권 이전’ 방식과는 구조가 다르다.
타주도 마찬가지
조지아: HB 1292가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직접 등기하는 셀프파일러는 전자 등기를 의무화하고 전자등기 포털에서 사진 확인을 포함한 신원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위조 증서를 등기한 사람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가능해졌다. 조지아에서는 위조 증서로 주택 5채의 명의를 가로챈 여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난 3월 DeKalb County 디케이터에서는 2024년 1월 24일 기록된 위조 증서로 사망한 소유주의 집이 0달러에 넘어간 사건에서 용의자가 체포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지난 8월 말 서부 Buncombe County에서는 위조 증서로 부동산 2채를 빼앗아 약 14만 달러의 차익을 챙긴 애슈빌 여성 Lisa Roberts-Allen이 배심원단 유죄 평결을 받았다. 10개 혐의 중 8개가 인정돼 6년 3개월~8년 6개월의 징역형과 함께 피해자에게 5만 5천 달러 배상이 명령됐다. 2024년에는 Wake County에서 낯선 사람이 400만 달러 규모의 집 증서를 집주인 몰래 자기 앞으로 옮긴 사건이 큰 논란이 됐다. 이 주의 법은 등기소가 증서의 적법성을 확인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관련 법안(S 423, Title Fraud Prevention)은 2025년 회기에 발의돼 계류 중이다.
새 법과 보험 한계
캘리포니아는 2025년 10월 SB 255에 서명했다. 2027년 1월 1일부터 모든 카운티 등기소는 부동산 사기 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며, 증서·대출 서류가 기록되면 30일 이내에 서류에 서명한 당사자에게 세금고지서 주소로 통지서를 우편 발송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이미 비슷한 제도가 있어 대상에서 빠진다.
보험 문제도 있다. 일반 대출자 보험은 대출금액과 법적 비용을 보장하며 대출이 끝나면 효력이 사라지고, 소유자 보험은 집주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소유하는 동안 유지된다. 그러나 표준 소유자 보험도 만능은 아니다. 표준 보험은 증서 등기 시점까지의 하자를 보장하고, 확장형 Homeowner’s Policy는 발급 이후 발생하는 위조·사칭까지 보장한다. 표준 보험 가입자는 2025년 도입된 ALTA 49(신규 소유자 보험용), 49.1(기존 보험용) 특약으로 보강할 수 있다. 다만 주 보험당국의 승인이 필요해 주별로 도입 시기가 다르다.
전문가 권고
- 보험증서 Schedule A에서 피보험자가 본인인지, 종류가 Owner’s 또는 Homeowner’s Policy인지 확인하고, 사후 위조 보장이 있는지 타이틀 회사에 문의한다.
- 카운티 등기소의 부동산 사기 알림 서비스를 신청한다. 조지아의 FANS처럼 서류가 접수될 때마다 알려주는 등록제는 사기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조기 발견을 돕는다.
- 빈 땅, 임대주택, 외지 소유 부동산이 특히 취약하다. 고령 가족의 부동산 기록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 의심스러운 우편, 대출 안내, 세금 고지 변경을 방치하지 않는다. 피해를 발견하면 등기 문서 사본 확보, 변호사 상담, 카운티 등기소·경찰·타이틀 회사 신고를 서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