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 전역의 외식업계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사상 최악의 ‘구조적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태로 알려졌다. 40년 넘게 지역 명물로 자리를 지켜온 노포부터 개업한 지 1년 남짓 된 신생 업소까지 잇따라 간판을 내리는 ‘폐업 도미노’ 현상이 동서부를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전역에서는 노포와 신생 업소를 가리지 않고 폐업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웨스트 홀리우드 선셋 블러버드에서 28년간 자리를 지켜온 일식당 ‘스시야 온 선셋(Sushiya on Sunset)’이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으며, 인근의 프렌치 비스트로 ‘르 쁘띠 푸르(Le Petit Four)’와 40년 전통의 퓨전 중식당 ‘친친(Chin Chin)’ 역시 임대료 부담과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영업을 종료했다. 벨플라워에서 75년간 운영된 ‘크리스 앤 피츠 BBQ’와 샌페드로의 45년 된 일식당 ‘선푸쿠’ 등 지역 대표 식당들도 연달아 폐업했다.
한인타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업 1년 남짓 된 식당들이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가 하면, 한 한인 식당은 매달 임대료와 공공관리비(NNN) 등 고정비로만 4만 3,000달러 이상을 부담하다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퇴거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매출(Sales)’과 ‘생존(Survival)’의 불일치다. 과거처럼 손님이 많다고 해서 식당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 가장 큰 원인은 인건비와 고정비의 급격한 상승이다. LA 카운티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8.47달러까지 오르면서 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비용 상승분을 메뉴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손님이 끊기고, 가격을 동결하면 적자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동남부 NC·GA로 확산되는 위기… “실질 인건비와 NNN 관리비 폭등”
이러한 위기 양상은 노스캐롤라이나(NC)와 조지아(GA) 등 미 동남부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다만 최저임금 법안과 상업용 부동산 구조의 차이로 인해 LA와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업주들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주 법정 최저임금은 연방 기준인 시간당 7.25달러(팁 노동자 2.13달러)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샬롯, 랄리, 더렘 등 노스캐롤라이나 주요 도시와 애틀랜타 메트로 지역은 극심한 구인난으로 인해 실질 시작 임금이 시간당 15~18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법적 강제가 아니더라도 시장 경쟁 때문에 인건비를 올리지 않으면 주방 인력과 스태프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식자재 원가 상승과 함께, 상업용 건물의 NNN(재산세·건물보험료·공용 관리비) 부담이 2~3년 전 대비 30~50% 이상 폭등했다. 팁 공제제도(Tip Credit) 덕분에 홀 서빙 인건비 부담은 서부에 비해 낮지만, 주방 인력의 급여 급증과 관리비 폭등이 고정비를 압박하면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업을 택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장사 잘되는데 돈 없다면 경고등”… 공헌이익 분석 시급
외식업 전문가들은 “30~40년 버틴 집들이 무너지는 것은 맛이나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고비용 저수익의 구조적 문제”라며 “가격 인상은 고객 이탈을 부르고, 가격 동결은 적자를 부르는 외통수에 걸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전체 매출액 성장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메뉴 하나를 팔 때 실제로 남는 금액인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을 정밀하게 산출해야 할 때”라며 “‘장사는 잘되는데 왜 돈이 없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이미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