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온라인상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표적으로 삼아 자해, 폭력, 심지어 자살까지 강요하는 이른바 “니힐리스틱 폭력적 극단주의(Nihilistic Violent Extremism, NVE)”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을 비롯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등 여러 주의 FBI 지부가 최근 잇따라 비슷한 성격의 경고를 발표하면서, 학부모와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764”로 불리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FBI에 따르면 이번 경고의 중심에는 “764”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탈중앙화된 온라인 극단주의 네트워크가 있다. 이 조직은 게임 플랫폼, 소셜미디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접근한 뒤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그루밍’ 단계를 거친다. 이후 협박과 조작, 금품·영상 갈취(익스토션) 수법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성적으로 노골적인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거나, 자해 장면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몸에 “764”나 관련 은어를 새기도록 강요받거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장면을 찍도록 요구받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과 사진은 다시 조직 내에서 유포되며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갈취하는 데 악용된다. 매사추세츠 FBI 보스턴지부는 이 같은 수법을 두고 “매우 잔혹하고 비열하다”고 규정했다.
FBI는 이 네트워크의 주된 표적이 10세에서 17세 사이의 미성년자, 특히 여자 청소년이라고 밝히면서도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청소년, 소수 인종,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소년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350건 이상 수사…노스캐롤라이나서도 실형 사례
FBI는 현재 전국 56개 지부 모두가 관련 수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764” 및 그 하위 조직과 연관된 용의자가 35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조직은 “764” 외에도 “676”, “CVLT”, “Court”, “Kaskar”, “Harm Nation”, “Leak Society”, “H3ll” 등 다양한 이름으로 계속 세분화·변형되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관련 사건이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법무부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20대 남성이 “764” 확산에 관여하고 미성년 피해자를 갈취해 잔혹한 콘텐츠를 제작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샬럿 지역 FBI 관계자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자녀가 온라인에서 하는 게임과 대화 상대를 부모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지난 주말 렉싱턴에서 FBI 주관으로 학부모를 위한 무료 인식개선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당국자들은 위협이 “게시물 하나, 영상 하나, 메시지 하나”처럼 사소하게 시작될 수 있다며, 이후 취약한 청소년을 겨냥한 표적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피해 아동들이 자해는 물론 타인이나 동물에 대한 위해까지 강요받는 “전 스펙트럼”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가 주목해야 할 경고 신호
FBI가 각 지부를 통해 공통적으로 제시한 경고 신호는 다음과 같다.
- 갑작스러운 성격·행동 변화(위축, 짜증, 기분 변화)
- 외모에 대한 관심 감소 등 급격한 외모 변화
- 수면 패턴이나 식습관의 변화
- 자살이나 죽음을 언급하거나,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듯한 발언
-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나 찰과상, 멍, 화상 등
- 패턴화된 흉터, 특히 “764” 관련 은어나 온라인 조직명을 연상시키는 흔적
- 더운 날씨에도 긴팔·긴바지로 몸을 가리려는 행동
- 반려동물 학대 흔적
- 온라인에 개인정보가 유포됐다는 정황
FBI는 자녀가 온라인에서 대화하는 상대를 실제로 아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인터넷 사용에 대한 제한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부모들에게 권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니힐리스틱 폭력적 극단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BI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레이는 과거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뚜렷한 이념 없이 여러 사상을 뒤섞은 “샐러드바식 이념”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동기를 가진 사건들을 하나의 꼬리표로 묶는 것이 오히려 위협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고 및 도움 요청
FBI는 자녀나 주변 청소년이 이러한 네트워크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의심될 경우,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gov)나 전미실종착취아동센터(NCMEC)에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